기자명 이효영기자
  • 입력 2015.11.16 16:56

 

지난 14일 서울시내 면세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해 점포를 접게 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매장

정부가 5년마다 면세점 특허를 재승인하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면세점 사업자의 투자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면세점 특허권은 당초 결격 사유가 없으면 10년마다 자동 연장했으나 지난 2013년 관세청이 면세 사업의 독과점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5년 경쟁 입찰제로 관세법이 개정됐다. 그 결과 관세청이 지난 14일 롯데 월드타워점의 면세점 특허권을 두산에게 넘겨줬고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 특허권은 신세계그룹에 넘어갔다.

월드타워점은 26년, SK 워커힐점은 23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실제로 롯데 월드타워점은 본래 잠실 롯데월드에 있던 점포를 제2롯데월드타워 공사 일정에 맞춰 지난해 이전하면서 3,000억원 가량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롯데월드타워 공사가 최종 마무리될 경우 향후 발전 가능성은 매우 높게 평가돼 왔던 터라 롯데로서는 재승인 탈락에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워커힐 역시 매출이 지난해 서울 시내 면세점 중 최하위에 머무르긴 했지만 최근 1,000억원을 투자해 매장면적을 2배로 늘리는 등 재정비에 총력을 기울이던 중이었다.

그러나 사업 시스템이나 노하우, 투자 여부 등과 상관 없이 5년이라는 시한만 지나면 언제든 정부가 사업권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된 만큼 어느 업체가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특허 수수료 인상까지 이뤄질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특허수수료 인상' 등이 실시될 경우 면세점 사업자들이 투자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할 공산도 크다.

면세점 사업 특성상 초기에 시설 물류 등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데 5년 내 투자 원금 회수가 사실상 어렵다 보니 사업 지속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규 투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신규 유치에 나서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5년마다 총수까지 나서 상생, 이익환원, 상권 활성화 등 각종 공약을 내세우며 소모전을 벌여야 한다.탈락업체의 경우 당장 근로자들의 고용 문제도 골칫거리다. 롯데월드타워점의 경우 1,300명, SK 워커힐면세점의 경우 900명 등 현재 두 점포에서는 2,200명 이상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납품 생산업체 등까지 협력업체 범위를 넓혀 잡으면 연계 고용 규모가 5200명에 이른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신규 면세업체들이 기존점 인력을 고용 승계할 것으로는 예상되나 전체 승계는 장담하기 어렵다. 이에따라 업계나 학계에서는 막대한 투자를 해놓고도 사업을 잃게된 기업들이 현실화된 시점이야말로 현 제도를 개선할 적기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면세점 수를 늘리되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하는 방안 ▲특혜 시비 없이 차제에 면세점 시장 진입 장벽 자체를 철폐하는 방안 ▲업체측이 스스로 수수료를 적는 경매방식을 활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함승희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면세사업의 직매입 시스템은 규모의 경제와 연계돼 스케일을 확보한 업체만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대부분 과점구조가 일반적인데 과점만을 문제 삼아 재승인 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면세업계 관계자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내년과 내후년 특허가 만료되는 김포공항 면세점, 서울 롯데 코엑스점 등을 놓고 또다시 재계 전체가 '대전(大戰)'이라는 소모전을 치러야 할 판“이라며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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