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6.12.07 18:54

[뉴스웍스=이상호기자] 6, 7일 열린 '최순실 게이트' 국조특위 청문회가 모든 뉴스를 빨아들이고 있다. 그만큼 국민적 관심이 크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이번 국정조사특위 활동에 호의적인 평가는 많지 않다. 특조위원들은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비춰졌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답변을 회피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청문회에서도 나타난 '불출석'이다. ‘소문난 잔치’, '맹탕 청문회' 등의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여야는 국정조사계획서에 ‘정부와 관련기관‧단체‧법인‧개인 등은 수사나 재판을 이유로 조사(예비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을 명시했다. 증인들의 불성실한 태도를 방지하자는 뜻이었다. 한데 대통령 ‘탄핵’, ‘하야’까지 거론될 만큼 엄중한 상황임에도 주요 증인들은 법과 규칙, 관례 등을 방패삼아 출석을 피하는 상황이다.

1차 기관보고에서는 대검찰청 관계자 전원이 ‘수사 중립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국정특위가 국민 앞에 첫 발을 내딛는 날이었던 만큼 특위 위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출석 거부 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면 다른 불출석자에게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여야가 약 1시간40분간 공방을 벌였지만 기관보고는 그대로 진행됐다.

2차 기관보고 때는 최재경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 류국형 청와대 경호본부장이 ‘업무 특수성 및 대통령 경호안전'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민정수석과 청와대 경호실은 국회에 출석해 증언한 바가 없는 관례 주장도 재등장했다. 청와대 경호실 인사들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자리를 비운 것이다.

2차 청문회에는 14명이나 되는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했다. 이번 청문회의 주인공격인 최순실 씨는 '공황장애'라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최순실씨의 언니 최순득씨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우병우 민정수석은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는 방법으로 출석을 회피했다. 출석일 일주일 전까지 출석요구서를 수령하지 않으면 출석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없다는 법률적 구멍을 이용한 것이다. 독일 체류 중인 정유라씨에게도 출석요구서가 전달되지 못했다. 베트남에 거주 중인 최순득씨의 아들 장승호씨는 ‘유치원 학부모 미팅’이 있다는 황당한 사유를 담은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정리해보면 수사 중인 사안, 관례, 건강상의 문제, 출석요구서 미수령 등의 사유로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이다. 

국조특위는 정유라, 장승호, 이성한 등 3인을 제외한 11명에 대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구속 수감 중인 장시호씨만 출석했을 뿐 다른 증인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12조와 13조는 불출석과 동행명령 거부 등에 관한 처벌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동행명령을 거부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증인이 처벌을 감수하고 불응할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법조계는 ‘우리나라는 영장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대상자가 거부한다면 억지로 끌고 나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동행명령권이 지난 28년간 시행됐지만 국정조사에 불출석했다는 이유로 고발된 이들 가운데 강력한 처벌을 받은 사례는 전무했다. 고위직 인사나 대기업 오너 등이 공개석상에서 창피를 당하느니 벌금을 내고 말겠다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 

사후 처벌의 형량을 높여 제도를 강화하지 않는 한 결국 국회 국정조사의 회의론, 무용론으로 귀결된다. 

이번 같은 거대 게이트에서도 국회의 국정조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 참에 제도에 대한 숙고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를 개선하지 못할 경우 온 국민에게 '모욕감'을 안겨준 최순실씨가 국정조사제도로 또다시 국민을 모욕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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