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2.08 17:18

요즘 가장 뜨거운 말이다. 대통령 탄핵(彈劾)을 앞두고 국회가 표결을 벌이기 때문이다. 사전적인 정의로는 이렇다. “일반 사법절차로는 소추나 처벌이 어려운 정부의 고급공무원이나 신분이 강력하게 보장되어 있는 법관 등에 대하여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 또는 법률이 정한 바에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제도.”

그 낱말의 구성이 궁금해진다. 앞의 글자 彈(탄)은 우리가 자주 사용한다. 포탄(砲彈)이나 총탄(銃彈), 폭탄(爆彈)과 방탄(防彈) 등으로 말이다. 이런 조합에서의 새김은 뚜렷하다. 죽거나 다치게 할 목적으로 쏘는 총알과도 같은 무기의 일종이다.

동사로서의 의미는 ‘튕기다’ 정도로 우선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뤄지는 단어 조합은 탄성(彈性), 탄력(彈力) 등이다. 동사의 흐름에서 달리 등장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탄핵이고, 또 지탄(指彈)이다. 규탄(糾彈)도 같은 맥락이다.

이럴 경우 彈(탄)이라는 글자를 어떻게 풀어야 좋을까라는 물음에 닿는다. 왜 탄핵이며, 또한 어떤 이유에서 지탄이며, 규탄일까라는 의문 말이다. 역시 이 글자의 동사적인 새김인 ‘튕기다’의 맥락에서 풀어볼 수 있다.

튕기는 동작은 무엇인가를 털어 놓거나, 꺼내 놓은 일과 비슷하다. 닫힌 무엇인가를 열어 젖혀 꺼내 놓는 일이다. 순우리말로 ‘까발리다’가 적당할 듯하다. 숨겨진 어떤 것을 드러내놓고 시비와 곡직(曲直)을 가리려는 일이라는 얘기다. 그런 흐름에서 보면 탄핵이나 지탄, 규탄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탄핵의 뒷글자인 劾(핵)은 초기 글자꼴을 찾을 수 없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에 나타난 이 글자의 형태를 두고서도 풀이는 엇갈린다. 침을 튀긴다는 의미의 咳(해)와 연관을 지어 ‘심각하게 남을 다그치다’로 푸는 사람이 있고, 제사와 희생(犧牲)이 등장하는 주술의 흐름으로 해석하는 쪽이 있다.

그럼에도 이 글자는 ‘심하게 캐묻다’는 뜻을 얻었다. 따라서 탄핵(彈劾)이라고 적으면 숨겨진 죄상 등을 낱낱이 까발리면서 상대를 닦달하듯이 몰아쳐 심문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서양에서 먼저 만든 impeachment라는 개념을 어쨌든 동양의 한자는 彈劾(탄핵)이라는 용어로 옮긴 셈이다.

지탄(指彈)은 법률적인 용어가 아니다. 그러나 이 단어를 우리는 자주 사용한다. 못된 짓을 한 사람을 꾸짖거나 징벌하려는 움직임이다. 규탄(糾彈)은 때로 叫彈(규탄)이라고도 써서 ‘큰 소리로 야단치며 까발리는 일’로 풀 수 있지만, 정확한 표기는 糾彈으로 적어야 옳을 듯하다.

糾(규)라는 글자는 초기 글자꼴을 보면 실 가닥을 하나로 합치는 행위를 가리켰다고 본다. 때로 이 글자가 엉클어진 실의 모습을 지칭해 분규(紛糾) 등의 단어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원래는 합쳐서 뭔가를 정리한다는 의미였다. 따라서 규탄(糾彈)은 잘못을 바로 잡는 일의 새김으로 쓴다.

탄핵과 지탄, 규탄 등은 모두 저질러진 잘못을 바로 잡자는 취지에서 나온 단어다. 특히 탄핵은 일반 법률 조항으로는 소추가 어려운 대통령 등 특정 고위직 공무원의 잘못을 시정코자 하는 노력에서 나온 용어다. 사회에 드리운 그림자가 아주 큰 잘못일 수 있다. 탄핵의 절차를 시작하는 만큼 우리 모두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철저하게 그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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