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2.09 15:39
20세기 초에 찍은 강화도의 향교 대성전이다. 제례 등을 지내는 어엿한 건물을 일컫는 한자가 宜(의)다. 그로부터 이 글자는 '마땅하다' '옳다' 등의 새김을 더 얻었다.

다음 글자 宜(의)가 사실은 이 역에서 집중적으로 살필 대상이다. 집을 가리키는 부수인 갓머리 ‘宀(면)’을 위에 두르고 있으니 이 글자는 필히 집이나 건물, 그와 유사한 건축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글자는 한자漢字의 초기 형태인 갑골문에서 집 안에 도마(俎), 그 위에 고기 등이 올라가 있는 모습을 가리키는 것으로 등장한다.

1호선 영등포 역 등에서 이미 설명한 내용의 하나다. 여기서 도마를 가리키는 俎(조)는 요즘 우리가 사용하는 부엌의 도마와 조금 뜻이 다르다. 그런 경우도 있지만, 옛 동양의 한자 세계에서는 일종의 제기祭器로 봐야 한다. 신이나 돌아가신 조상을 모시는 제사에서 쓰는 그릇 말이다.

그런 제사 그릇 위에 고기 등 제물이 올라 있고, 아울러 그 형상 자체는 집을 의미하는 모종의 건축물 안에 담겨 있다. 뭔가 여유로운 풍경 아닌가? 돌아가신 조상이나 신神에게 자신이 힘써 일한 노동의 결과물, 즉 제사의 제물을 바칠 수 있다는 일은 평화와 안정의 시절에나 가능하다. 전란이 벌어지고, 재난이 뒤를 이으면 그런 제사는 정말이지 한가롭기 짝이 없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 글자는 그래서 집안에 여인이 앉아있거나 머무는 모습을 그린 安(안)이라는 글자와 뜻이 통한다고 했다. 아울러 일반적인 제사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고, 그런 제사 등에 쓰이는 ‘잘 익은 고기’의 뜻도 얻었다. 초기의 한자 세계에서 그런 새김으로 등장하는 이 글자는 결국 지금 우리가 많이 쓰는 ‘적합’ ‘합당’ ‘적절’의 뜻으로 발전한다.

우리말에서 이 글자가 등장하는 경우는 퍽 많다. 요즘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시설 중의 하나가 바로 편의점便宜店이다. 편안하다는 새김의 便(편)과 적절하다, 또는 합당하다는 새김의 宜(의)가 합쳐진 가게(店)이다. 이용하기가 ‘편안하고 쉬운’ 가게라는 뜻인데, 그를 표현하기 위해 등장한 단어가 편의便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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