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12.13 11:21

한류 드라마는 개성이 강하고 줄거리와 주인공이 독특하다. 한류의 성공도 동남아가 함께한 정서를 극단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표현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한류 드라마는 동남아가 아니라 한국인의 꿈과 희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제작과 소비도 한국이 우선이고 줄거리나 주인공도 한국인이 좋아하기에 그렇게 생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본방을 사수한다는 대통령을 포함해 한국인이 함께 이루어냈다는 점이 특성이다.

한국인의 꿈과 희망이 만들어 낸 드라마이기에 힘이 세다. 사람들은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고 싶고, 또 그렇게 희망한다. 모두가 드라마 속 주인공이고 싶어 한다. 때문에 드라마의 줄거리와 주인공은 영향력이 강하다.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아 온 박근혜 대통령조차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인공 ‘길라임’을 자임할 정도였다.

대권을 꿈꾸는 잠룡(潛龍)들의 세상이다. 벌써부터 나름 두뇌싸움을 벌이니 세상이 온통 투표에 이기기 위한 전략과 모략의 각축장으로 변해버린 느낌이다. 동물농장인양 갖가지 짐승이 등장하고 서로 배신자, 철새, 모리배, 소인배라 욕하면서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진풍경이다.

이런 난장을 지나면 극적인 역경을 뚫고 올라선 주인공 둘만이 양자구도를 형성하며 ‘코리아시리즈’ 결승으로 향할 것이다. 그럴 듯 해 보이는 이 시나리오도 사실은 드라마다. 현실은 어떻게 굴러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에 드라마다. 문제는 사람들이 현실보다 드라마를 더 좋아한다는 데 있다.

박근혜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고 보인다. 드라마를 모르고 감성은 메말라 있다는 평가다. 아버지의 후광도 있었지만 그는 관객이 기대하고 상상할 만한 스토리를 풍부하게 가졌다. 그의 인생이 드라마였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여 보여준 모든 모습이 드라마였고 주인공이었다.

그는 우리가 어릴 적 고무줄을 하며 부르던 노래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의 비운의 주인공 신데렐라였으며 마녀를 물리치고 왕자와 함께 선정을 베풀 백설 공주였다. 때문에 2012년 박근혜가 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 당선은 너무나 당연했다. 주인공이었기에 그의 승리만이 해피엔딩이었다. 국정원 개입이나 문재인에게 거둔 신승은 드라마를 극적으로 이끌기 위해 일곱 난쟁이들이 만들어 놓은 장치로 보였을 정도였다.

그는 주인공이었기에 언어도 행동도 주인공의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보다 가혹했다. 그의 승리가 잘 짜인 드라마였을지라도 예측을 불허하는 현실은 넘어설 수 없었다. 가혹한 현실에 시청률이 추락하며 몰락한 것이다. 그의 드라마는 마녀의 저주와 함께 조기종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로 살아온 그의 인생이기에 반전이 있는 결말을 꿈꾼다. 그에게 사임이나 하야는 종영이자 끝이다.

사람들은 현실을 말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드라마를 원한다. 현실에선 박근혜 드라마를 비판하지만 실은 새로운 드라마를 꿈꾸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후보를 비교하고 고르지만 실은 새로운 드라마의 멋진 주인공을 찾고 있다. 예전에도 그러했듯 사람들이 품은 꿈은 역시 멋진 드라마 한 편이다.

그렇다. 우리가 박근혜를 거부한 것은 그의 드라마에서 국민이란 ‘지나가는 행인1’이나 ‘편의점 알바3’이 고작인 데다 출연료까지 떼먹혔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자기만 주인공 노릇을 하며 국민은 드라마의 밖 ‘헬조선’이라는 현실로 밀어냈던 것이다. 하지만 국민은 주인공이고 싶지 들러리나 엑스트라가 싫다고 말한다.

다시 잠룡들이 각기 나름의 시나리오를 들고 나와 감독이나 주인공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대통령을 뽑는답시고 인품, 경력, 정책을 본다고 하지만 사실은 새로운 드라마의 주인공에 적합한 이미지의 인물을 캐스팅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차기 대통령에 오르려면 역시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말이다. 주인공 이미지의 다른 말이 바로 대통령감이다.

그렇다면 잠시 좌우나 출신, 영향력을 떠나 잠룡들을 드라마적인 시선에서 바라보자. 그들 중 국민 모두가 주인공이라 느끼게 만들어 줄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진짜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번에는 자기만 주인공인 박근혜 식이 아닌 나, 우리, 국민과 함께 풍성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주인공을 캐스팅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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