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 구의(九宜)3
[지하철 한자 여행 2호선] 구의(九宜)3
  • 유광종
  • 승인 2016.12.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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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린이대공원 정문이다. 능동에 있는 어린이대공원은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내려 가 볼 수 있는 서울의 좋은 휴식처다. <사진=서울 어린이대공원 홈페이지)

시의時宜라는 단어도 있다. 그 때, 또는 그런 상황에 맞는다는 뜻이다. 거기에 우리는 적절適切이라는 단어를 붙여 시의적절時宜適切이라는 성어까지 만들었다. 의인宜人과 의민宜民이라는 단어도 있다. 사람(人) 또는 백성(民) 등을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일이다. 옛 관원官員들에게 내려진 임무에 해당한다. 국가의 근간인 사람과 백성 등을 잘 살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수 없다.

의당宜當이라는 단어도 많이 쓴다. ‘마땅히’라는 뜻이다. 스웨덴의 유명한 가구업체가 IKEA다. 이 기업체가 중국에 진출할 때 한자 이름을 달았는데, 그 명칭이 宜家(의가)다. ‘집에 잘 어울리다’의 뜻이다. 이 이름 참 잘 만들었다. 코카콜라 역시 중국에 진출할 때 可口可樂(가구가락)이라고 했는데, 입에(口) 딱 감겨(可, 의역이다. ‘맞다’라는 말이 직역이다) 퍽 즐겁다(可樂)는 뜻이다.

이에 뒤질세라 펩시콜라는 百事可樂(백사가락)으로 응수했다. 온갖(百) 일(事)이 다 즐겁다(可樂)는 뜻이니 이 역시 최고의 번역에 속한다. 둘 다 ‘커커우컬러’, ‘바이스컬러’라고 발음을 하니 원래의 영어 발음과도 매우 흡사해서 좋다. 그런 점에서 IKEA가 宜家(의가)로 둔갑한 일도 꽤 눈을 끈다. 집에 잘 어울린다는 뜻으로 풀 수 있으니 말이다.

한자 세계에서 宜年(의년)으로 적으면 ‘풍년’을 가리킨다. 곡식이나 채소의 작황이 매우 좋은 해를 지칭하는 말이다. 宜歲(의세) 역시 그와 같은 뜻의 단어다. 宜德(의덕)이라고 하면 좋은 덕행을 가리킨다. 宜合(의합)은 걸맞고 알맞음의 뜻이다. 산간 지대로 곳곳에 분지가 발달했으며, 낙동강 등 크고 작은 하천이 모여 수량도 풍부한 곳이 있다. 경상남도 의령宜寧이다. 마땅하고 알맞다는 宜(의)와 편안할 寧(녕 령)이 모인 지명이다. 사람 살기 좋은 곳이라는 땅이름이다.

時務(시무)라는 단어가 있다. 그 때에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일을 가리키는 단어다. 내가 처한 때의 흐름을 잘 알고, 그 안에 머물면서 전력을 다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을 알아낸다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자신의 개인적 이해, 주변의 얽히고설킨 관계, 권력과 나의 거리, 개인적인 인연 등 아주 복잡다기한 환경에 있다 보면 제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래서 時務(시무)는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녔다. 옛 선비들은 항상 왕에게 이 時務(시무)의 중요성을 간언할 때가 많았다. 고려 성종成宗 연간에 최승로가 올린 <시무時務 28조>가 꽤 유명하다. 임금이 가장 힘을 쏟아야 할 사안 28개를 적어 올린 내용이다.

이 時務(시무)가 결국 위에서 잠깐 언급한 時宜(시의)다. 우리는 이 말을 두고 “시의성時宜性이 있느냐 없느냐” 등의 말을 만들었다. 결국은 그 상황에 적합하냐, 맞느냐 등을 따지는 작업이다. 마땅함, 적절함, 들어맞음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 모두를 안고 있는 글자가 바로 宜(의)다. 그러니 이 글자 깔보면 큰일 난다. 구의역을 지날 때도 그렇고, 매일 한 번 이상 들르는 편의점에 갈 때도 그렇다. 나는 이 시대의 상황에 걸맞은 삶을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물어야 한다. 내 삶에서 내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모두 묻는 꽤 깊은 뜻의 글자가 바로 宜(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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