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6.12.15 06:00

쌀 '수요-공급' 불균형 갈수록 심화

<사진=구글 재사용가능 이미지>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정부가 내년 비축 중인 쌀 52만톤을 가축 사료용으로 처분키로 했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쌀 170만여톤 중 30.6%에 해당하는 규모로 올해 사료용 처분량에 비해 5배 커졌다.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수요량 초과 물량을 전량 시장격리했음에도 정부쌀 재고 과잉이 쌀값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제기돼 시장 불안 요소를 해소를 위해 처분을 전격 결정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은 쌀 수요의 감소율(연평균 2.5%)이 생산 감소율(연평균 1.8%)보다 크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을 피할 수 없기에 풍작이 되도 웃을 수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나라미'로 감당안되는 '쌀 수요초과'

그동안 여러 방안이 제시됐지만 뚜렷한 효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선 수요 초과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데 이 또한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정부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쌀값의 50%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용 쌀(나라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 무료급식소에는 시중 가격의 14% 수준으로 나라미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도 지출로 책정돼있어 확대가 쉽지 않다. 

또한 저렴한 쌀이 시장에 풀리면 시장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수급조절 없이 나라미를 무한정 풀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무상급식에 공급되는 쌀역시 나라미 위주로만 할 경우 납품 중인 농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다. 

해외원조도 쉽지않아

해외원조도 쉽지 않다. 선적 운송비용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10만톤을 국제기구를 통해 해외원조를 할 경우 쌀값(2201억원) 외에 ▲국내작업비 ▲국외운송비 ▲국제기구 간접비 등 총 231억원의 지출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수혜국과 그 주변국의 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대북지원은 국내 정치 상황에 가로막혔다. 남북관계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의견과 북한의 군량미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의견이 맞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지난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건이후  대북 인도적 지원 중단을 포함한 5‧24조치가 시행되면서 당분간 이 방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은 수요 확대, 생산 축소를 유도하는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쌀' 바다에 수장시키지 않으려면

지난 10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쌀 생산조정제, 변동직불금 확대로 쌀 생산 감축을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 상시적 대북지원, 소비촉진 유도가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충청남도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급품종 쌀 생산에 집중해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정부가 생산면적 감축 목표를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산면적 감축에 대해선 농민단체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미 생산면적을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임에도 국내 수입물량을 보장해주기 위해 국내 농업을 축소시켜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종합해보면 단기적으로 정부쌀 재고 해소를 위한 새로운 경로를 마련하고 중장기적으로 고급쌀 등 품종‧작종 변경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묵은 쌀을 바다에 수장하는 방법은 어떠냐’는 발언이 국회에서 나왔을 정도로 해법은 만만치 않다. 정부와 지자체, 국회, 생산 주체가 머리를 맞댈 필요성이 커지는 시점이다.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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