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2.13 09:00

[3부 새로운 경제 - 사회·경제적 갑질 없애자]

[뉴스웍스=김벼리기자] 한국에서 ‘갑질’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 달 전 구매한 옷을 교환해주지 않자 주인 얼굴에 200만원을 던지며 폭행한 남성, ‘졸았다’는 이유로 알바생을 무차별 폭행한 치킨집 사장, ‘전화통화 목소리 좀 낮춰달라’는 경비원의 요구에 “경비 주제에”라며 얼굴에 담뱃불을 지진 입주민,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등.

이같은 갑질은 기본적으로 ‘갑을관계’로부터 나온다. 보다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상대적 약자인 '을'에게 부당행위를 하는 것이다.

◆ 만연한 사회적 갑질…‘열등감’ 극복 장치 마련해야

경찰청이 지난 9월 한 달간 ‘갑질횡포’를 단속한 결과 총 1289건의 갑질이 적발됐다. 경찰은 이중 1702명을 검거해 69명을 구속했다.

특히 갑질하는 주체로는 '40대 이상의 남성'이 제일 많았다. 가해자의 89.6%가 남성이었으며 40~50대가 절반 이상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열등감'이 갑질의 심리적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박영주 우석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곳에서 눌렸던 사람들, 즉 또 다른 '을'이었던 경우가 많다"며 "자신이 당했던 것을 자기보다 조금 더 못하다고 생각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열등감을 분노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경찰 단속으로 드러난 갑질 소비자들의 직업을 보면 무직자가 32.8%, 회사원 18.3%, 자영업자 17%. 일용직 노동자 7.2% 등 순이었다.

고영훈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회구조가 복잡해지면서 한 번 갑을 관계가 영원한 갑을 관계가 아닐 수 있게 되었고, 갑과 을의 위치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 가능해졌다.”면서 “갑은 갑대로 을은 을대로 상대방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이 자신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꼭 기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무엇보다 사회적인 제도로서 이들의 열등감을 해소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책“이라며 ”복지 및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 구성원이 서로 배려하고 공감할 수 있는 물질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중소기업 키워 경제적 갑을관계 청산해야

아울러 경제적 갑을관계 해소도 시급하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근로자간 임금격차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대기업의 62%에 불과했다. 2008년 이후 최대 격차다. 특히 30대 대기업 직원보다는 반토막 수준이었다.

독일이나 프랑스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일반적으로 10% 남짓이다. 커봐야 20%가량이다.

특히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보면 한국 기업들의 기형적 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국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은 10.1%인데 부품협력업체들의 이익률은 3.3%에 그쳤다. 대기업·원사업자와 중소기업·하도급기업라는 ‘갑을관계’ 속에선 을이 납품단가 협상 계약 등에 임할 때 제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어려운 현실이다.

중소기업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납품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체적인 경쟁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에 더해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문화적 토대가 조성돼야 한다. 그 일환으로 중소기업간 공동행위를 허용함으로써 하도급 네트워크의 수직적 거래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중소기업 간 구매, 판매, 품질개발 및 연구개발 등을 공동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관련 전문가는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고용을 수반하는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정당한 대우를 받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자구노력을 할 수 있도록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며 “중소기업은 공동행위를 통해 대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고 공정한 경쟁과 대·중소기업간 양극화를 개선하는 방편이 될 수 있으므로 시장의 불합리를 보완하는 ‘따뜻한 시장경제’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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