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6.12.16 17:03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국정 혼란을 목도하며 하루하루 쏟아지는 뉴스를 따라잡느라 그렇지 않아도 찬바람이 드는 국민들 가슴에 더 큰 구멍이 뚫리고 있다.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는 식료품 가격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줄줄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오비맥주가 주요 품목 출고가를 평균 6%나 올리더니 코카콜라도 음료 가격을 인상했다. 최근에는 AI(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여파로 달걀 값이 2주 사이 10% 전후로 올랐다. 국내 베이커리 업계 1위인 파리바게뜨도 193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6.6% 인상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라면업계 1위 기업 농심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18개 브랜드의 가격을 평균 5.5% 인상한다고 밝혔다. '서민들의 양식'인, 믿었던 라면마저 가격이 인상돼 연말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지게 생겼다.

물론 업체들은 최근 1~2년간 가격인상을 억제했으나 원료가격, 인건비 등 비용 상승분을 감당하기 어려워 올 연말 들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렸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찜찜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생활물가는 민생, 민심과 직결된다. 정권 초기 정부가 힘이 있을 때는 정부의 물가 안정 요구에 따라 당국 눈치만 살피다가 정권 말기 느슨해진 분위기에 편승해 무분별하게 가격을 인상하는 것이 관례화되고 있다.  어쩌면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제품가격을 올리기 힘들다는 계산이 업계 전반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권 말기나 교체기 레임덕 현상을 틈타 소비재나 식료품 업계가 어김없이 가격을 올리면서 언제부턴가 ‘레임덕 물가’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 말기였던 2012년부터 2013년 2월말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라면, 밀가루, 장류, 주류, 과자류 등 주요 식품가격은 물론 전기료, 도시가스비 등 공공요금까지 줄줄이 올랐다.

대통령이 탄핵되고 정부 컨트롤타워가 마비된 지금이야말로 업체 입장에서 가격인상의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드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슈퍼마켓에서 가족들의 식탁에 올릴 간단한 반찬거리나 아이들의 주전부리 과자 한 봉지를 사면서도 불과 몇십원 차이에 살까 말까 망설이는 주부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 업계 선두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 2, 3위 경쟁 업체들도 덩달아 인상 대열에 합류할 게 뻔하다.

가뜩이나 계속되는 장기불황에 국정혼란까지 가중된 상황에서 장바구니 물가마저 계속 상승하니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국민들의 심정을 외면한 채 어수선한 틈을 타 가격인상에 골몰하는 업체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부는 국정혼란을 핑계로 이 상황을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당국은 소비재의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면 물가에 즉시 물가관리 시스템을 바로잡고 각종 농수산물의 유통과정을 꼼꼼히 따져보는 등 물가인상 감시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또 가격 인상 업체에 대한 조사와 감독을 대폭 강화해 규정에 어긋나는 점은 없는지 한 번 더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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