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6.12.19 16:42
서울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를 잡은 2호선 건대입구역 거리 풍경이다.

건국대학교 입구에 있다고 해서 붙인 역명이다. 1980년 첫 개통 때는 화양(華陽)이라는 역명으로 출발했다가 1985년 지금의 역명으로 바꿨다. 2호선과 7호선의 환승역, 그리고 주변에 즐비한 음식점 등으로 많은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이다.

역명에 대학 이름이 붙을 때는 가능하면 피해서 가자는 게 이 책의 취지다. 그러나 이 번 건대입구역은 풀기로 했다. 건국建國의 建(건)이라는 글자는 한자세계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대상이어서 그렇다. 아울러 원래의 역명이었던 화양華陽이라는 이름에도 그럴 듯한 유래가 있기 때문이다.

建(건)이라는 글자의 쓰임새는 아주 많다. 무엇인가 일으켜 세울 때는 늘 등장하기 때문이다. 원래는 긴 걸음을 가리키는 ‘廴(인)’이라는 부수가 들어가 있어 사람의 발걸음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이 부수가 들어가는 글자는 당초 사람의 걸음걸이와 연관이 있다.

이 부수는 ‘길게 걷는 동작’을 가리켰다. 거기에다가 ‘당기다’ ‘이끌다’ 정도의 새김도 있었다. 옆의 聿(율)이라는 글자는 실제로는 법률 등을 가리킬 때의 律(률)과 같은 글자로 보는 시각이 있다. 따라서 建(건)은 ‘법률을 비롯한 여러 제도와 문물을 이끌다’라는 새김을 얻었고, 나아가 ‘무엇인가를 일으켜 세운다’의 뜻으로 진화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이 글자는 어떤 물체나 형체를 일으켜 세우는 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 건축建築이 우선 눈에 띄는 일반적인 쓰임이고, 건물建物, 건국建國, 건조建造, 건립建立, 건설建設 등의 수많은 단어로 이어진다. 의견 등을 일으켜 남에게 내는 행위는 건의建議, 학교를 일으켜 세우면 건학建學으로 쓸 수 있다. 처음 세우면 창건創建이고, 사업을 일으키면 건업建業이다.

봉건封建이라는 말도 한 때 많이 썼다. 요즘도 옛날식의 고리타분한 문물이나 내용을 일컬을 때 “아주 봉건적이야”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황제皇帝가 제후諸侯를 어느 한 지역에 책봉冊封하면서 그곳의 통치권을 부여하며 나라 세우기(建)를 허용하는 일이다. 과거 황제 중심의 권력 나누기에 등장했던 한 방식이지만, 과거 중국에서 오래 행해져 이제는 ‘과거’ 또는 ‘과거의 방식’을 통칭할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건아建牙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지만 알아두면 나쁠 게 없다. 말 그대로 풀면 이빨(牙) 세우기(建)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빨 세우기, 곧 임플란트?’라고 푸는 사람도 있겠다. 그러나 아니다. 옛 시절 군대의 이야기다. 장수가 원정을 나갈 때 세우는 깃발의 이름, 또는 그런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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