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2.20 12:51

[3부 새로운 경제 - 형평성 높이고 리더십 다잡아 포용적 성장 이뤄야]

[뉴스웍스=김벼리기자] 한국 경제가 주저앉고 있다. 이제는 ‘성장이 우선이냐, 분배가 우선이냐’ 따위의 논쟁조차 배부른 소리가 됐다. 성장, 분배 뭐 하나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게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6%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내년은 2.2%, 2.1% 등 더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증가율 또한 지난 2년간 거의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분배는 말할 것도 없다. ‘경쟁’이라는 미명 아래 승자와 강자의 독식구조를 고착화한 신자유주의적 성장모델은 소득과 부의 양극화를 갈수록 심화시키고 있다. IMF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 중 최악의 소득분배 구조다.

◆ 기회 형평성 높여 포용적 성장 기반 닦아야

지금 이런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저성장의 늪에서 탈출하는 동시에 분배를 강화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이른바 ‘포용적 성장모델’이다.

전문가들은 ‘기회의 형평성’을 높이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최근 ‘정유라 입시특혜’가 불거진 뒤 ‘형펑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있는 놈’에게는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잡혀있는 상황에서 경제뿐만 아니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교육뿐만 아니라 경제 등 모든 활동에서 공평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이미 옛말이 돼버렸지만 ‘개천에서 용’ 날, 최소한 그 가능성이라도 생각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 ‘흙수저’가 노력을 통해 ‘금수저’가 될 수 있는 구조야말로 가장 건강한 분배 시스템일 것이다.

그러나 다만 분배의 문제만은 아니다. 형평성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으로도 작용한다. ‘흙수저’라는 이유만으로 뛰어난 인재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반대로 ‘금수저’라는 이유만으로 역량 미달의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면. 그것만큼 인적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쓰는 것도 없을 것이다.

관련 전문가는 “기회의 형평성은 일반적으로 분배의 차원에서만 논의된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며 “형평성은 분배에서 더 나아가 자원 분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촉매제로도 작용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원활한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밑거름으로서 작용할 것이다. 포용적 성장모델의 정초작업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까닭”이라고 강조했다.

 

◆ 기업, 고용창출·사회공헌활동 적극 나서야…정치적 리더십도 필요

동시에 보다 직접적이면서 구체적인 방안들도 추진해야 한다.

우선 고용창출을 강화함으로써 전체적인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기업의 고용규모 확대, 실업률은 하락, 소비 증가, 다시 기업의 이윤 증가 등의 선순환의 구조를 그려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장려하기 위해 올해 중소기업진흥공단은 매출액과 고용자수를 지속적으로 고성장하는 기업, 소위 ‘가젤형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돕기 위해 최근 전용자금 규모를 2800억원까지 확대한 바 있다.

중진공 관계자는 “가젤형 기업 육성사업은 정책적 지원을 통한 지속성장 및 일자리 확대를 위해 도입됐다”며 “오는 2017년까지 매년 500개 기업을 발굴 및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기업의 사회공헌활동 또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회공헌은 기업의 대표적인 분배활동으로 분류할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이 단순히 이익분배 차원을 넘어서 지속가능 경영의 원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성장과 분배를 일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3년 독일 사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노동개혁 사례를 들며 “구조개혁은 엄청난 변화를 수반한다. 성장·분배 개혁을 패키지로 동시 추진하고 국민 통합운동과 연계하는 것”이라면서 “무엇보다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하루 속히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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