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12.21 17:08
<사진출처=박석순 교수 페이스북 캡쳐>

[뉴스웍스=김벼리기자] 최근 촛불집회의 시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 교수가 구설수에 올랐다. 촛불에서 나온 유해 물질이 대기오염을 야기한다며 촛불집회를 그만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

박석순 이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촛불을 태우면 인체에 유해한 물질이 발생하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며 "부강한 나라, 촛불 없는 나라가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나라"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특히 그는 지난 7일에도 "모든 촛불은 탈 때 초미세먼지를 비롯한 유해 물질을 배출한다. 촛불 집회는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고 발언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박 교수는 1957년 대구광역시에서 출생했다. 서울대 동물학 학사를 거쳐 럿거스대학교 대학원 환경과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강원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환경학과 부교수 등을 거쳐 1996년 이대 환경공학과 교수에 부임한다.

그는 강과 호수의 수질모델 및 통계분석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현재 그가 담당교수로 있는 이대 ‘환경모델 및 정책연구실’의 소개글을 보면 ‘환경계, 특히 자연수계(강, 호수, 하구, 항만 등)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규명하고 이를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돼있다.

여기서 ‘강과 호수’, ‘수질’, ‘환경’ 하면 떠오르는 정치적 사건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인 지난 2007년 9월 18일 박 교수는 한나라당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 단장에 이름을 올린다. 당시 그는 단장으로서 이명박 당시 후보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한반도 대운하’ 설정에 기여했다. 특히 그는 적극적으로 대운하의 당위성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4대강 전도사'로 불리기까지 했다.

관련 구설수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08년 1월 방송 토론이다. 대운하를 만들면 물이 흐르지 않아 오염될 것이라는 지적에 그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으로) 선박을 운행하는 배의 스크류가 돌면서 산소가 공급돼 물을 깨끗하게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후 그에게는 ‘스크류 박’이라는 별명이 주어진다.

특히 그런 그를 두고 정치적 권력에 편승하기 위해 자신의 학문적 권위를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지난 2006년 11월 박 교수는 ‘동아일보’에 한반도에 운하를 만들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는 “인공적으로 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면 생태계 교란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여러 자리에서 그는 자신의 이전 주장을 뒤집는다.

지난 2008년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운하로 백두대간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이으면) 터널에서 차가 나오듯이 산에서 배가 나오는 아주 장관이 연출될 수 있다”며 화제를 돌리거나 4월 토론회에서 ‘운하 건설로 고유종 멸종과 생물 다양성 저하될 것’ 이라는 우려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일축한 것이다.

특히 2006년 11월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대운하프로젝트를 공개한 지 1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박 교수의 이 같은 ‘변심’에 정치적 계산이 들어갔다는 의심이 이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가 여론 악화에 ‘대운하’ 카드를 접고 2008년 12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추진한 뒤에도 박교수는 4대강 사업에 찬동하는 목소리를 적극 내왔다.

박 교수는 지난 2009년 11월 11일 서울신문에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는 대운하가 더욱 필요했지만 일방적인 반대 여론에 막혀 좌절되고 말았다. 이에 대한 차선책인 4대강 사업은 경제적, 환경적으로 반드시 이뤄져야할 정책이라고 본다”는 기고문을 올린 바 있다. 큰빗이끼벌레의 유해성을 두고도 "오히려 더러운 것들을 먹어치우는 아주 좋은 존재"라고 옹호했다.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1년 10월 박 교수는 국립환경과학원장에 임명된다. 당시 ‘보은인사’, ‘낙하산’ 논란이 일었지만 그는 이명박 정권이 끝날 때까지 원장직을 유지했다.

그러던 그가 임기 6개월여 남기고 사퇴 의사를 밝힌다. 2013년 4월.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직후다. 그는 다만 “일신상의 이유”라고 했으나 정권 교체 이후 ‘4대강 사업’ 관련 조사가 들어갈 것을 대비, 미리 몸을 사린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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