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12.22 16:13
미국 독립선언서 서명. 존 트럼불(John Trumbull)작품. 영국의 정치인이자 보수주의의 창시자 에드먼드 버크는 미국 독립을 지지했다. <사진=DB>

[뉴스웍스=한동수기자] 나는 이 사람을 생각하면 자부심이 생깁니다. 미국에서 노예를 해방시킨 에이브러햄 링컨. 그는 보수주의자이고 미국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었답니다.

나는 프랑스대혁명 직후 태어났습니다. 나를 잉태해 준 사람은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입니다. 프랑스대혁명은 ‘자유‧평등‧박애’ 정신으로 무장한 시민에게 권력을 돌려 준 획기적 사건이지만 ‘기요틴(단두대)’의 등장이 마음에 걸립니다. 너무 급진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1790년 프랑스대혁명을 비판하기위해 태어났습니다.

나는 ▲개인의 자유보장 ▲재산권 보호 ▲법치주의를 중요한 가치로 내걸었습니다. 사실 이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있어 좀 더 제 소개를 해드리겠습니다. 

나는 프랑스대혁명이후 널리 퍼진 과도한 이성주의(理性主義)에 대한 의존에 반대했습니다. 인류는 여러 대(代)에 걸친 경험의 진수라 할 수 있는 관행‧전통‧편견을 무시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지혜와 통찰력은 이러한 선대로부터 이어져 온 문화 속에서 샘솟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한 세대나 한 개인의 추상적인 이성(理性)보다 전통을 따르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나를 너무 고리타분하게 보진 마세요. 다른 이야기 하나 더 해드리죠.

내가 영국에서 태어나기 직전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습니다. 태어났을 무렵 영국에선 미국의 독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당연한 것이었겠죠.

그러나 나는 미국의 독립을 지지했습니다. 이래야 보수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또 미국인은 영국인의 후예로서 자유를 사랑하는 당연한 영국인의 기질을 가졌고, 이에 근거해 독립을 외친 것입니다. 이를 억압하고 반대한다는 것은 진정한 보수가 아닌 것입니다. 나는 이렇게 법을 준수하고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며 재산권을 지켜주는 것이야말로 나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최근 내 이름 ‘보수’ 앞에 ‘진짜’, ‘가짜’, ‘제대로된’ 등의 수식어를 경쟁적으로 붙이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자신은 진짜보수이고 남들은 가짜보수랍니다. 나는 그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내 앞에는 수식어가 필요 없어야 합니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측은지심', 법을 준수하는 '수오지심', 더 나아가 남의 재산을 보호해주려는 '양심'이 있으면 보수입니다.

진짜 보수라고 주장하는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최순실게이트를 돌아보세요. 나의 정신을 하나라도 지켰는가. 나의 이름을 제대로 사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릴게요. 나는 개인의 자유와 재산권을 보호하고 법을 준수하는 보수입니다.

끝으로 부탁하나 드리겠습니다. 요즘 법을 어겨 피의자가된 박근혜 대통령과 친한 분들이 제 이름을 걸고 ‘보수집회’를 열고 하시던데, ‘친박집회’ 혹은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집회’로 바꿔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런 집회를 주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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