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6.12.23 16:01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처음 나는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는 모임’이라는 종교적인 예식의 의미로 탄생했습니다. 라틴어 ‘그리스도’(Christus)와 ‘모임’(Massa)이 합쳐져 내 이름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그리스도가 언제 탄생했는지 정확한 날짜는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3~4세기에 예수의 수난일인 3월25일을 수태일로 보고 그로부터 9개월이 지난 12월25일을 탄생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어떤 사람은 336년 경 로마제국의 축제로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기원 전부터 로마‧이집트에서는 12월25일을 ‘무적의 태양신’ 축일로 기념했는데 해가 가장 짧아지는 동지 이후 해가 길어지면서 빛이 세력을 얻는다는 것을 기념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듯 나도 내가 태어난 날은 ‘기억이 안 납니다.’

어쨌든 지금은 종교적 의미를 초월해서 문화적인 행사로 모두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날 좋아해준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내가 한국에 소개된 것은 개화기 선교사들에 의해서입니다. 한국에 내가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1895년 태양력을 도입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 전까지 한국은 나보다 '동지(冬至)'를 ‘작은 설’로 기념했지만 양력이 보급되면서 점차 사람들은 나와 신정‧구정을 새로운 절기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요다음 토요일은 예수 그리스도 탄일이라 세계 각국이 이 날을 일년에 제일 가는 명절로 아는 고로 이날은 사람마다 작업을 쉬고 명일로 지내는데 우리 신문도 그날은 출판 아니할 터이요 이십팔일에 다시 출판할 터인즉 그리들 아시오”

1897년 12월23일자 독립신문 사고(알리는 글)입니다. 나 때문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쉬니까 이 신문도 안 찍는다는 소립니다. 그때도 사람들은 날 좋아했겠죠.

내가 상업화됐다는 논란은 1930년대에도 있었습니다. ‘간악한 상인들이 보너스 덕분에 조금 무거워진 샐러리맨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상책’으로 내가 이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에는 교회 헌금으로 가난하거나 병든 사람들을 도와줬던 것이 일종의 풍속이었거든요.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라는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며 지지자를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선 연말 인사법으로 '메리 크리스마스(Merry Christmas)'와 '해피 할러데이즈(Happy Holidays)'를 두고 논란이 돼왔는데 트럼프가 전통적인 백인 노동자와 보수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메리 크리스마스'를 '낙점'했답니다.

하지만 이런 것보단 사람들이 함께 즐거운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한국은 아주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정치나 경제 문제도 심각한데 독감도 많이 유행하고 닭들도 독감 때문에 많이 죽었다고요. 케이크 만들기도 힘들 정도라죠. 

그래도 모두 힘내세요. 나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어떤 모습이라도 좋습니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는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종소리 울리는 빨간냄비에 조금이라도 나눌 수 있으면 더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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