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기자
  • 입력 2017.02.27 12:00

[3부 새로운 경제-기업 R&D 투자 늘리고 비효율적인 기업문화 개선해야]

[뉴스웍스=이소운기자] 한국 경제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2년째 수출이 줄어들고 있고 주력 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내수 시장도 얼어붙었다. 정치적 불확실성 고조로 기업 투자도 활발하지 않고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미·중의 패권다툼 속에서 선진국의 보호무역 역풍이 우려되는 등 국내외 여건상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자칫 현재의 어려움에 매몰돼 근시안적인 대응에 급급하다 보면 미래에 대비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신경쓰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 투자를 통해 미래를 모색하는 기본을 따라야 한다. 그동안 패스트팔로어였던 한국 기업들이 퍼스트 무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인재 확보 등을 통해 핵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양적 팽창 위주의 한국 경제가 질적 변화를 통해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불황기일수록 기업 기술투자 늘려야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국내외 기업 할 것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R&D 투자를 확대해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반면 우리 기업들의 R&D 투자는 주춤해져 기술경쟁력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R&D 투자의 국제비교와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R&D 투자증가율은 2014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그결과 2007년 세계 8위 수준이었던 혁신 경쟁력은 2015년 19위 수준까지 하락됐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자본축적의 한계 등을 감안할 때 기술혁신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R&D 투자액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지만 절대 규모가 적어 중국, 일본 등에 크게 뒤진다는 점이 문제다. 재원 투입 대비 성과는 저조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이 미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는 있지만 중국이 우리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선진국을 따라잡으면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미국과 한국의 기술격차는 2008년 6.6년에서 2014년 4.4년으로 줄어든데 비해 중국과 미국의 기술격차는 2008년 9.3년에서 2014년 5.8년으로 급감, 한국을 따라잡고도 남을만한 속도로 뒤쫓아오고 있다.

더욱이 한국 정부는 전자·정보·통신, 의료, 바이오, 에너지 등 10대 분야 120개 전략기술을 선정해놓았지만 세계 최고기술은 없다. 국가별 최고기술 보유 현황(2014년 기준)을 보면 미국은 97개, 유럽연합(EU)은 13개, 일본 9개, 중국 1개이지만 한국은 ‘0’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R&D 투자 재원 조달을 민간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정부나 해외 조달 비중이 낮은 편”이라며 해외조달 비중을 높이는 등 재원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들이 아직도 재원 운용 측면에서 내부 R&D에 치중하고 있어 산학협력 등 공동 R&D 활동이 부진한데 국내 기업의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 개방형 R&D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가령 금융서비스와 IT기술을 결합한 핀테크 분야처럼 우리가 강점을 보이는 분야와 경쟁력 향상이 필요한 서비스를 분야를 결합해 R&D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환경 급변 속 삼성-LG의 협력강화 주목할만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치열한 경쟁관계인 삼성과 LG가 최근들어 '전략적 협력'을 적극 나서고 있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몇 년전까지만 해도 두 회사는 국내 시장의 치열한 경쟁 탓에 이득이 있다손 치더라도 쉽게 손을 잡지 못했으나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서로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적과의 동침'을 선택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LG화학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배터리 공급 협의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인 갤노트8 시리즈에 LG 배터리가 들어갈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올 상반기에 출시한 전략 스마트폰 G5에 삼성의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등을 탑재했고 LG이노텍은 하반기부터 삼성에 스마트폰 부품인 2메탈칩온필름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은 또 최근 일본 샤프로부터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공급 중단 통보를 받자 LG디스플레이 측에 패널 공급 의사를 타진, 일부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효율적 기업문화 개선 서둘러야

21세기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만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창의성과 차별성을 장려하는 기업 문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의 기업문화는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미덕으로 삼는 농경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기업의 비효율은 ‘1인당 생산성은 낮고 노동시간은 긴’ 현실을 대변하는 수치로 뒷받침된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5만6701달러(구매력 평가기준)로 OECD 평균(7만222달러)의 81%, 선진7개국(G7)의 평균 8만790달러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그런데 한국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092시간으로 OECD 평균 1705시간보다 길고 가장 적게 일한다는 독일(1317시간)과 비교하면 1.6배나 된다.

비효율의 원인은 이미 수없이 지적돼온 과다한 회의, 보고서, 문서화, 야근 과다 등이다. 실행보다는 계획·실속보다는 형식에 포커스를 맞추는 문화, 상사에게만 충성하는 보여주기식 문화, 내부 경쟁의 과도화로 인한 구성원간 방해하기 문화 등이 만연하면서 ‘하는 일은 많지만 되는 일은 없는 조직’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몸으로 때우면서 부지런함을 과시하는 비효율이 아니라 창의적인 지식 노동자의 생산성 향상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LG경제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이같은 조직의 비효율을 극복하는 방안으로 ▲고객, 즉 현장의 목소리를 경영에 반영하고 ▲개인의 이익만 앞세우는 ‘용병화’된 구성원들의 비효율을 막기 위해 구성원과 조직이 장기적인 이익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하며 ▲고객보다 경영자를 먼저 생각하는 문화 대신 구성원들이 고객과 성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점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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