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12.31 10:00

[뉴스웍스=한동수기자] 몇 해전 박진영씨가 작사한 12월32일이라는 대중가요가 있었다. 우연히 그 노래를 들은 후 제목의 참신함에 나홀로(?) 감탄한 기억이 난다. 익숙해져 길들여진 사고의 틀을 깬 듯 했었다.

의기소침한 세밑이다. 이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경기침체, 김영란법(청탁금지법)시행, '조류인플루엔자'확산 그리고 대통령이 연루된 ‘최순실 게이트’.

밥상물가는 전년대비 12%나 올라 6년만에 최고 상승 폭이다. 지난 11월 신설법인수는 4년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우며 8023개를 기록했다. 경기침체기에 신설법인수가 늘어난 것은 실업자가 많이 늘었다는 반증이다.

지난 9월말부터 시작된 김영란법은 연말 송년회와 새해 선물 문화를 바꿔놓았고 자영업자들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었다.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은 완전히 실패다. 이제 인체 감염 여부를 걱정해야할 상황이다. 이 와중에 황교안 권한대행은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일본과 위안부 협상 등에 대해 “우리나라가 무능해서 그렇다. 우리정부가 무능해서...”라고 말했다고 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재상(宰相)이 정부가 무능했다고 인정하는 꼴을보며, 겸손하다고 해야할지, 무책임이라고 해야할지 참담할 따름이다.

지난 30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이상호 고발뉴스 대표기자가 출연, “최순실씨 아버지인 고(故)최태민씨가 알려졌던대로 1994년 5월1일에 사망한 것이 아니고 그 해 4월18일 매장됐다”며 “매장 장소는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현재 구속수감중)소유 땅이고 현재 그 땅은 김 회장과 최순실씨 공동명의로 돼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태민씨의 아들이자 최순실씨 이복오빠인 최재석씨의 증언이란다. ‘최태민 사망시기→최재석→김찬경→최순실’ 도대체 이 놈의 최순실게이트의 끝은 어디인가!

이렇게 2016년 12월31일이 흐르고 있다. 뭐하나 매조지된 것이 없다. 계속 새로운 것이 쏟아져 나오는데 대부분 반갑지 않은 뉴스들 뿐이다.

이날 갤럽이 조사한 ‘내년 살림살이 전망’ 조사에서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것”이라는 응답자가 42%에 달했다. IMF(국제통화기금)관리 체제때와 비슷한 기록이다.

우리는 지금 새해의 설렘보다 그냥 또 하루 지나는것과 같은 새해를 맞이해야한다.

내년은 ‘하강’을 키워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프랑스의 정치경제학자 세르쥬 라투슈(Serge Latouche)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에너지를 펑펑쓰고 살아도 더 이상 사람들은 행복해지지 않는다. 더 검소한 생활을 통해서만 사람들은 행복해질 수 있다”며 경제학 교과서에 ‘하강이론’을 만들었다. 풍요 속에 ‘호사다마’를 떠올려야 한다는 이론이다.

정유년 새해 우리는 전혀 풍요롭지 않더라도 하강국면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대통령을 잘 못 뽑은 대가다.

긴장을 풀지말고 대통령 탄핵여부를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12월32일을 맞이하면 어떨까 싶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또 다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지말고  잠시 2016년을 붙잡아두는 오기(傲氣)가 필요한 세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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