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3.08 17:51

[4부 새로운 교육-잘못된 조기교육, 아이들 인성 망친다]

[뉴스웍스=한동수기자]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가 ‘에밀’이라는 저서를 통해 역설한 ‘부모는 자녀를 낳을 수 있고 먹일 수 있어도 그의 장래를 결정할 수 없다’는 명제를 인정하지 않는 부모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다.

이로인해 생기는 부작용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문제인식은 있지만 해결방안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교육 문제 가운데 그동안 방치했던 선행학습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4년 공교육정상화법을 통해 선행학습을 규제하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규제 강화를 통해서라도 선행학습을 금지해야하는 당위성은 이미 과학적 이론과 선진 해외사례에서 입증된 부문인데도 말이다.

독일에서 선행학습은 부도덕한 행위

‘귀댁의 자녀가 입학전에 글자를 깨치면 교육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독일 취학통지서 맨 아래 적혀있는 경고문구라고 한다.

독일은 이에 대한 제재도 확실하다. 만약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학생이 먼저 알파벳을 다 알고 들어와 수업시간에 먼저 대답을 했을 경우 선생님은 곧바고 학부형을 호출, “선행학습은 아이에게 부도덕한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인격형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부모가 책임지겠냐”는 질책까지 감수해야 한다.

우리 같으면 이상한 선생님의 기이한 행동으로 치부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뤄 놓은 독일에서 미취학 아동에게 선행학습은 범죄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도덕한 행위가 된다.

왜 선행학습을 해선 안되는가

아이를 위해서다. 뇌 과학으로도 입증된 사실이다. 서유헌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는 “뇌는 1,2,3층 구조로 이뤄져 있으며 3층까지 제대로 성장하는데 생후 20년이 걸린다”며 “생명, 감정, 인지 능력 위주로 구성된 각 층 고유의 역할 발달단계를 무시하고 3층에서 수행해야할 인지 임무를 1층도 완성되지 않은 취학전 아이에게 강요하는 것은 비과학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사람 뇌의 1층은 생명유지 2층은 감정과 본능, 마지막 3층이 공부와 이성판단 기능을 수행한다. 뇌는 1층부터 발달하는데 유아시기에 모국어가 아닌 인위적인 언어교육을 하면 2층에 있는 감정과 본능의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 교수는 “1, 2층의 기초공사가 튼튼히 돼야 3층의 고차원적인 기능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며 “언어를 관장하는 측두엽도 뇌의 3층 기능이 시작하는 7~8살은 돼야 본격적으로 발달하는만큼 언어교육을 취학전에 시켜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조기교육이 심화될 경우 뇌의 2층의 역할인 감정과 본능조절이 안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심할 경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이 발생할 수 도 있다.

서 교수는 “과학적으로도 입증된 조기 교육의 폐해에 대해 하루빨리 우리 사회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며 “조기교육은 뇌 건강뿐만 아니라 공정한 사회 룰마저 해칠 수 있다는 것을 학부형들 스스로가 먼저 인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선행학습 규제, 정부가 나서야

우리에게도 선행학습 규제 규정은 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다.

공교육정상화법 제8조는 '학교는 국가 교육과정 및 시도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해야 하며 편성된 학교 교육과정을 앞서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오히려 선행학습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 2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더불어민주당 신동근 의원이 서울‧경기를 비롯 6개 광역시 소재 중학교 18곳의 지난해 시험지 35개를 분석한 결과, 77%가 선행교육을 유발하는 시험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조사에서 지적된 서울 A중학교 2학년 수학문제다. '어느 여행사에서는 단체로 여행을 신청할 경우 비용을 할인해 주는데, 15명 이상 30명 미만이면 10%, 30명 이상이면 20%를 할인해 준다. 회원이 30명이 안되는 어떤 모임에서 20%의 할인을 받기 위해 30명으로 단체 신청을 하였다. 그런데 여행에 3명이 올 수 없게 되어 총액의 10%에 해당하는 해약 수수료를 지불하고, 갈 수 있는 회원의 수대로 15명 이상 30명 미만의 단체 신청으로 변경했더니 더 손해가 됐다고 한다. 이 모임의 회원은 최소 몇명인가'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런 문제는 중학교 2학년 정규과정 수업만으로 풀 수 있는 난위도가 아니”라며 “교육부와 교육청은 형식적으로 공교육정상화법 위반 여부를 점검하지 말고 제대로 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만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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