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1.03 17:35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창업자인 김영식 회장 덕에 승승장구했던 천호식품이 김 회장으로 인해 이번에는 끝 모를 나락으로 추락하고 있다. 

무명이었던 천호식품은 수년전 김 회장이 직접 출연한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TV 광고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후 김 회장의 잇따른 미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른바 착한기업의 영예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천호식품에는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없고, 바닥아래 지하가 기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건강제품 유통업체인 천호식품이 가짜 홍삼액이 함유된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적발돼 사과문을 게재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천호식품은 3일 자사 홈페이지에 "한국인삼제품협회 회장과 부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홍삼 농충액에서 원산지를 허위로 작성해 속이고 일부 첨가물을 넣는 등의 부도덕한 행위가 밝혀졌다"며 사과문을 게재했다.

천호식품은 물엿과 캐러멜을 섞은 가짜 홍삼액을 ‘100% 홍삼 농축액’으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돼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상태다.

문제가 된 천호식품 제품은 '6년근 홍삼만을'(제품 유효기한 2017년 1월 17일∼2017년 10월 16일), '6년근 홍삼진액'(2017년 8월 25일∼2017년 11월 7일), '쥬아베홍삼'(2017년 3월 27일∼2017년 8월 21일), '스코어업'(2017년 8월 30일∼2017년 10월 26일) 등 4개다.

천호식품은 12월 검찰에게 이와 같은 사실이 적발되자 해당 원료를 즉각 폐기했으며 남은 양과 상관없이 모두 환불 또는 교환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천호식품 측은 "홍삼농축액이 입고될 때마다 홍삼의 유효성분인 진세노사이드 함량을 철저하게 검사해 기준치에 적합한 원료만 제품에 사용했지만 원료 공급업체에서 당성분을 의도적으로 높이는 물질을 소량 혼입하면 육안검사와 성분검사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해명은 천호식품이 원료를 제대로 검수할 시스템이 없다는 사실을 자백한 셈이어서 소비자들의 비난이 들끓고 있다.  

이에 앞서 천호식품은 김 회장의 촛불집회 비하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달 4일 김 회장은 인터넷 카페에 '나라가 걱정됩니다'라는 제목으로 "촛불시위, 데모, 옛날 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촛불집회 참자가들과 언론을 비판하고 현 정부를 옹호하는 듯한 이 글로 인해 논란이 확산되자 김 회장은 지난달 19일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실망감을 표시하며 전국적으로 천호식품 불매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천호식품에도 좋은 시절도 있었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직접 TV 광고에 출연해 “남자한테 참 좋은데 알릴 방법이 없네”라고 선전해 유명세를 탔던 인물이다. 이후 그는 출산 장려와 금연 홍보, 불우이웃돕기, 장학사업 등 사회 공익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면서 호평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29일 추첨한 제726회 나눔로또 2등에 당첨돼 얻은 4860만원 전액에 개인 돈을 보태 총 5000만원을 기부해 사람들의 찬사를 받았다. 기부금은 지난해 10월 29일에 출산한 산모 50명을 대상으로 한 출산지원금으로 쓰였다.

이외에도 김 회장은 셋째 아이 출산 시 200만원씩, 총 10억원을 지원하는 ‘출산장려 캠페인’과 안전운전을 실천하는 운전자에게 총 상금 1억원을 지원하는 ‘안전운전지원캠페인’ 등 다양한 기부활동을 해오며 소비자들로부터 두터운 신뢰와 호감을 쌓아왔다.

지난 6년간 쌓아 온 김 회장과 천호식품이 쌓아 온 소비자와의 두터운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는데는 한달도 채 걸리지 않았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오르기는 힘들어도 내려오는 건 순간'이라는 얘기가 요즘 김 회장과 천호식품을 빗대 만들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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