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5.11.18 15:56
엄치성 전경련 국제본부장

TV를 켜든 인터넷을 열든 SNS를 보든, 좀처럼 반가운 소식을 접하기 힘든 갈수록 팍팍한 세상이다. 세계 경기 침체 전망과 세계 여기저기에서 발생한 사건사고와 재난 등 우울한 뉴스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세상살이에 희망을 줄 수 있는 '굿 뉴스'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 한국 경제계가 가장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뉴스는 바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소식이다.

현재 한국의 수출은 10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5년 연속 무역 1조달러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고, 글로벌 시장의 경기 회복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캄캄한 안개 속에서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수출 활로를 애타게 찾고 있다. 이럴 때 우리 기업들에게 짙은 안개를 헤치고 전진할 수 있는 희망의 불빛이 비춰진다면, 온갖 위기 속에서도 선전해온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증가세로 반전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중 FTA 연내 발효가 우리 기업들에게 그러한 희망의 불빛이 될 것이다. 한중 FTA는 지난 6월 정식서명을 마치고, 국회에 비준동의안이 제출됐으나, 5개월 넘게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칫하다가는 연내 발효가 물 건너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한중 FTA 연내 비준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막대한 관세 절감 효과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이 한중 FTA의 1년 차 수출 증가액을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한중 FTA를 발효하지 못할 경우,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예상된다고 한다. 즉, 발효 시점이 하루 늦어질 때마다 40억원의 수출 증가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한중 FTA가 연내 발효되면,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의 내수시장 선점 효과를 볼 수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감소 추세를 보이는 이유는 중국의 경기 둔화 요인도 있지만, 대중국 수출 구조에 변화를 주지 못하는 요인도 크다.

중국 정부는 과거 양적 성장 중심에서 소비 주도 경제로 성장모델을 전환했다. 이에 중국이 세계의 생산기지라는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고,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7%에 못 미칠 거라고 하지만, 소매판매는 여전히 10%이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의 대중국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은 70% 이상이고, 소비재 비중은 10% 미만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중 FTA 연내 발효는 중간재 중심의 대중국 수출 구조에서 소비재와 서비스재 비중을 획기적으로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한중 FTA 비준 문제를 다룰 여야정 협의체를 18일부터 가동하고, 26일까지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하니,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한중 FTA 비준 동의를 위한 여야간의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연내 발효를 위해서는 11월 26일까지는 반드시 비준동의안을 처리해야 한다.

응급상황에서 생존이나 구조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골든타임이라고 한다. 응급환자가 이 시간을 넘기면 죽거나, 살더라도 후유증이 심하다고 한다. 바로 11월 26일이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수출 활로를 마련해 줄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인 셈이다.

비즈니스나 경제정책의 성공과 실패는 큰 차이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마케팅, 비즈니스 전략과 경제정책도 때를 놓치면 소용이 없으니, 이는 결국 타이밍의 문제다.

한중 FTA도 마찬가지다. 11월 26일 신문과 TV 뉴스를 통해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라는 '굿 뉴스'를 들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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