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1.06 09:00

북한의 역사교육에 대한 생각을 적고자 한다. 역사를 말하기 전에 우선 북한은 모든 교육활동을 혁명 사업으로 여기고 이 가운데에 주체사상교육이 핵심이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세계역사와 조선역사 교육에는 항상 주체사상이 강조된다. 즉 모든 민족과 국가의 역사 속에 지도자들의 활동을 부각시키고 이들을 김씨 가문과 대조시키는 것이 역사교육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역사의 주체를 인민대중이라고 강조하고 역사의 본질은 자주성을 위한 인민들의 투쟁의 역사이며 대중의 자주적인 사상의식은 올바른 수령을 만났을 때에라야 가능한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인민학교(초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역사 과목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대원수님의 혁명활동’,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원수님 혁명활동’이 있다. 이 교과서들의 주요 내용은 남북한 전체를 통틀어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김씨 가문중심으로 나열했다는 것이다. 

일제에게 짓밟혀 나라를 잃었었는데 김일성이라는 나라를 해방시킨 지도자가 있었음으로 한민족이 해방을 맞을 수 있었다는 것이 교과서들의 핵심논지이다. 고등중학교에 들어가서는 ‘조선역사’와 ‘세계역사’로 나누어서 한국의 역사와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조선역사’의 주요 내용은 역사발전의 단계마다에 우리 민족은 진정한 지도자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며 봉건제도의 흑막 속에서 일제에게 나라를 잃을 수밖에 없었음을 강조한다. 

‘세계역사’를 통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세계사의 흐름만을 간단간단하게 가르치고 있으며 동서양에서 나타난 역사발전의 흐름과 그 속에 있었던 대중의 힘과 지도자들은 거의 가르치지 않고 있다. 구체적으로 위인들의 이름 같은 것은 약간씩 들려 주지만 그들의 구체적인 배경과 활동 같은 것은 체계적으로 서술하지 않고 있다.

태영호 공사가 재영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할 당시 어느날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태공사에게 했다는 그 질문은 북한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수준을 잘 말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어느날 학교에 간 아들이 그날따라 ‘위대한’ 위인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시간에 자신은 당연히 김일성과 김정일을 위대한 사람들이라고 떠올렸던 모양이다. 그러나 같은 반에 있던 다른 동양애가 있었는데 그가 마침 한국에서 온 학생이었다고 한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우뚝서 있는 이순신 동상을 북한에선 찾아볼 수 없다.

그 학생의 입에서 나온 ‘이순신장군’의 이야기를 듣고 아들은 한걸음에 집에 달려와 아빠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아빠 이순신이 누구야??” 순간 말문이 막혀 버린 태공사는 아들에게 “나중에 크면 알려주겠다”고 하고 상황을 모면했다고 한다.

 

필자도 대한민국에 온 지 12년째를 맞고 있다. 북한에서는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대학공부를 늦깎이로 시작하고 나서 지금의 박사과정까지 왔지만 그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서슴없이 ‘역사’라고 대답한다. 학부과정 4년 동안 한국사와 세계사를 공부하느라 도서관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정치외교학의 가장 기저에 깔려있는 초보적인 역사마저도 모르고 정치학 공부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남보다 3~4배의 독서량을 기록하면서 역사공부를 하느라고 땀을 흘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서울에서 만난 누군가 필자에게 “통일이 되면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망설임없이 대답해 줄 것이다. “그것은 바로 바른 역사 교육"이라고.

북한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너무나 많지만 그 중 하나는 '역사지식'이다. 적어도 지금의 남한사람들이 알고있는 수준의 절반이라도 알고 있다면 민족의 동질성을 한 층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현대사회의 구조와 그것이 발전하는 과정에 관한 지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것들이 갖추어져야 남북한 사회가 통합을 이루고 진정한 통일의 길로 들어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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