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1.06 13:35
미국 대선 기간 중이었던 지난해 10월31일 멕시코를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공화당 대선후보가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후 악수하고 있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국경 대장벽건설과 NAFTA 재협상 등 일방적 주장에 양자간 이견만 크게 노출시킨바 있다. <사진=YTN영상캡쳐>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오는 20일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멕시코에 대한 경제 제재조치가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후보자 시절부터 보호무역을 천명했던 트럼프 당선자는 최근 미국 포드의 멕시코 공장 건설 중단을 이끌어낸데 이어 일본 도요타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까지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다른 나라 민간기업의 공장 건설까지 간섭하는 미국의 무역정책에 대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의 입장은 단순하면서 강경하다. 미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생산기지는 미국 땅에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1992년 완성된 ‘미국-캐나다-멕시코’간 3자 무관세무역협정인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로 인해 발생한 생산기지 탈(脫)미국을 막겠다는 의중이 내포돼있다.

트럼프, NAFTA 파기 초읽기 돌입

트럼프가 미국은 물론 일본업체에까지 멕시코 공장 건설을 제재하겠다고 나선 것은 NAFTA로 인한 미국의 국익 저해 요소를 차단하겠다는 조치다.

<NAFTA 3개국 지도>

NAFTA 체결 당시 미국은 멕시코의 값싼 노동력을 활용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었지만 결과는 실업률 증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NAFTA 이후 멕시코가 북미지역 수출 제품 생산기지로 활용되면서 미국에는 빈공장이 늘고 백인 빈곤층이 늘어나 이들이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층 결집으로 나타났다.

이에 트럼프는 후보자 시절 멕시코에 나가있는 미국 공장을 다시 제자리로 가져오는 것은 물론 NAFTA 탈퇴 혹은 재협상을 선언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 10월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 위치한 에어컨 생산업체 캐리어공장의 멕시코 이전을 막는데 성공했고 대통령 당선 후에는 7억 달러 규모의 포드 자동차 멕시코 생산공장 건설을 철회시켰다.

트럼프는 지난 5일(현지시간) 10억달러 규모의 일본 도요타의 멕시코공장 건설 계획까지 철회해야 한다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독주 "막을 방법이 없다"

트럼프가 현재 국내외 기업들에게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중단시키는 방법은 NAFTA 무력화 선언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미국 수출시, 국경세로 제품가격의 35%를 관세로 부과하겠다고 여러차례 확인했다.

실질적으로 무관세협정인 NAFTA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잇따른 멕시코 공장건설관련 발언들이 통상 마찰은 물론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기업이 아닌 일본 기업의 경영활동에까지 직접적으로 개입한 데다 국경세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쉽게 물러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현실적으로 보면 북미지역에서 미국에 반기를 들고 맞설 수 있는 국가는 없다”며 “세계무역기구역시 미국의 영향력이 강해 국제법에 따라 트럼프정부의 방침이 철회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국내기업에 미칠 영향은

NAFTA이후 국내기업들의 멕시코 진출이 확대된만큼 이번 트럼프정부의 멕시코 관세부과 움직임은 멕시코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기업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멕시코 공장 생산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 멕시코시티 무역관에 따르면 현재 멕시코에는 삼성, LG, 동부대우전자, 포스코, 현대‧기아차,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등이 진출해있다. 오는 2018년까지 우리 기업들의 투자예정금액만 4500만달러(약 55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집행될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코트라의 한 관계자는 “멕시코는 대미수출시 운반비용이 적게드는데다, 값싼 인건비로 미국내 현지공장을 대체해왔으나 앞으로 트럼프 정부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중남미 지역으로 수출선 다변화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연초부터 멕시코 공장 건설계획을 철회하고 미국 현지 공장건설로 방향을 튼 기업도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6일 미국 테네시주에 생활가전 전반을 아우르는 핵심 생산기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현재 멕시코, 브라질, 베트남, 중국, 터키 등지에 해외 생산기지를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미국 생산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에 대해 멕시코 생산기지의 대미 수출 관세부과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북미시장에 판매하는 물량은 주로 멕시코와 한국 공장에서 조달해왔다.

멕시코에 진출한 국내 업체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현재 보여주고 있는 정책들은 자본주의 원리마저 무시한 부분이 있어 미국내에서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단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 추이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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