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1.06 15:26

[뉴스웍스=한동수기자]  ‘현상유지’, ‘수수방관’. 올해 공무원 사회의 화두입니다.

정부 기능이 멈춘지 어느덧 3개월째. 공무원들의 자괴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공무원을 가리켜 ‘영혼이 없다’, ‘정권이 바뀔 때 마다 눈치보고 줄서기에 급급하다’ 등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지만 요즘처럼 힘든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답답한 것은 새로운 계획을 세울 엄두를 내질 못하고 있어서입니다.

지난해 12월이면 끝났어야할 대통령 업무보고조차 올해는 권한대행에게 지난 5일 형식적으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수치상 오류도 여럿 지적됐지만 대충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차기 정권에서 또 바뀔테니 말이지요.

정상 상황이라면 업무보고 후 각 부서마다 실천 과제를 점검하고 추진하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사실 요즘 야근하는 부서가 많지 않습니다.

‘현상유지’.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에 불려나가 확인하고 왔듯이, 탄핵정국에서 정부가 새롭게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아무리 시스템으로 돌아간다고 하지만 정부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언제든지 사고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역시 매뉴얼대로만 조치를 취했어도 1조원으로 추정되는 전국적 피해는 막을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사실 이번 정권 들어 공무원 생활이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세종시로 오르내리며 기러기 가족으로 살아도 점차 익숙해지니 견딜만했습니다. 7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데 20년가까이 걸려도 조직의 관례라 생각하고 감수했습니다.

그런데 공무원 연금개혁 카드를 꺼내들 땐 당황스러웠습니다. 공무원 입장만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만 이런 일들로 이번 정권에서 공무원 사기가 많이 꺾인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청문회와 헌법재판소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는 공무원들을 보면 기가 찹니다.

지난 5일 헌재에 나온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3급이었습니다. 9급으로 임용시 3급까지 승진은 대부분 불가능하고 초고속으로 승진할 경우 30년정도 걸립니다. 공무수행에 필요한 뛰어난 능력이 있었다면 큰 문제가 아니었겠지요. 하지만 헬스트레이너 경력이 전부였던 윤 행정관이 3급으로 임명돼야할 어떤 이유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입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던 일명 왕(王)차관을 봐도 입맛이 씁니다. 차관은 공무원사회의 꽃인데 말이지요.

언제 치러질지 모르는 대선이 끝나면 정권은 바뀌겠지요. 차기 정권에선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인사만큼은 투명하게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의 공무원이라는 것에대한 자부심이 예전만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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