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3.17 09:01

[4부 새로운 교육-특목고 개혁해 본래 취지 되찾아야]

[뉴스웍스=김벼리기자]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을 조기에 발굴, 창의성을 계발한다.’

특수목적 고등학교, 소위 특목고의 설립 목표다. 지난 1974년 ‘학군별 고등학교 추첨배정’ 제도 도입으로 고등학교 평준화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체계에서는 과학, 외국어, 예체능, 등 특정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학생을 효과적으로 교육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런 중에 등장한 것이 특목고다.

따라서 특목고의 핵심은 ‘특정 분야’ 및 ‘창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목고가 저 두 요소를 상실한 지는 이미 오래. 사실상 과학고와 외고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좁혀진 특목고는 ‘특정 분야’는커녕 일반고등학교와 똑같이 ‘입시’를 유일한 목표로 하고 있으며, ‘창의성’ 대신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전경

◆ ‘특수 목적’ 상실…‘입시명문’으로 전락한 특목고

특목고를 두고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아니라 ‘입시명문’ 고등학교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배경이다.

특목고 진학을 결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은 ‘대학 입시’인 실정이다.

안양외고를 나온 이영준(26) 씨는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 동네에 공부할 만한 분위기의 고등학교가 단 한 곳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남자고등학교였다. 그래서 외고를 가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특목고는 높은 ‘명문대’ 진학률이 등 ‘입시명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수시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합격생 3377명 가운데 일반고 출신은 46.1%였다. 지난 2006년에는 77.7%였다. 10년 만에 31.6%p 감소한 것이다.

특목고는 정반대였다. 지난 2006학년도 서울대 합격자 중 특목고·자사고 출신 비중은 18.3%에 그쳤지만 10년 만에 44.6%까지 많아졌다. 2.5배 증가한 셈이다.

한영외고를 졸업한 이모(24) 씨는 “특목고는 학생들 사이에 기본적으로 ‘좋은 대학에 가자’는 분위기가 있다. 학교 차원에서도 모의고사 순위를 게시하는 등 끊임없이 경쟁의식을 자극했다”며 특목고 진학이 입시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특목고에서 입시가 강조되는 만큼 자연스레 특목고의 본래 취지는 희미해지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5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2011~2015학년도)간 외고·과학고·영재고 진학현황' 자료에 따르면 특목고 졸업 후 대학 진학자의 54.3%가 고등학교의 계열과 다른 전공을 택했다.

일반고에서 보편적인 ‘선 대학 후 전공’의 입시 경향이 특목고에서까지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 설립취지 살리는 방향으로 개선…“폐지” 목소리도 높아

교육계에서는 특목고 본래의 설립취지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강영혜 한국교육개발원(KEDI) 교육제도연구실장은 “주기적으로 외고를 평가해 재지정 및 지정 해제하고, 학업성적 대신 유사 전공 진학 희망자를 중점으로 선발하는 식으로 입시 제도를 개선하는 동시에 대입 입시에서도 관련 전공 분야의 전형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일외고를 졸업, 현재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최지훈(24) 씨는 “나도 그랬지만 대학 진학만을 위해 외고를 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되면 외고는 그저 외국어수업을 강조하는 입시학원일 뿐”이라며 “무엇보다 외고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 수월성 교육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소수정예의 인원만 뽑아서 입시에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아예 특목고를 폐지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관련 전문가는 “누가 봐도 입시 수단으로 전락한 특목고를 더 이상 유지할 명분은 하나도 없다”며 “뿐만 아니라 특목고 입시에는 막대한 사교육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는 곧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입시가 좌우된다는 의미다. 특목고는 교육 불평등의 상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월성 교육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특목고 유지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으나 특목고가 아니더라도 해당 문제는 방과 후 학교, 분반 등으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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