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1.10 11:15
<영화 로그원(Rogue One) 中>

영화 <스타워즈>의 정식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3과 4의 중간에 해당하는 <로그원Rogue One>이 개봉했다. 이 역시 우리나라 <스타워즈> 전통에 따라 크게 히트를 치지 못했다. 하지만 생각할 거리까지 챙기면서 재미도 주는 영화다.

<스타워즈>는 열성 오타구를 몰고 다니는 할리우드 오락영화이기는 하지만 강한 정치적 성향으로 공격당하기도 한다. 이에 스타워즈를 창조한 조지 루카스는 월남전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번 <로그원>의 무대와 행동 양식은 사뭇 특이하다. 모두 문화적으로 중동과 이슬람이다. 따라서 소재가 반항과 테러다. 그리고 제목에서 말하듯 내용은 반란군의 난동이다.

우리는 로그rogue란 직업을 게임에서 만날 수 있다. 바로 좀도둑이다. 게임 밖에서는 떠돌아다니는 외톨이나 부랑아 양아치다. 영화에서는 제국에 원한을 지닌 극단주의자 테러리스트다. 성스러운 도시 제다(Jedha)를 점령하고 약탈한 제국에 대해 반항하고, 파괴에 대한해 보복한다. 아마도 이처럼 중동과 이슬람의 편을 든 허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드물 것이다.

사방에 눈이 깔린 21세기다. 이라크를 침공한 미군조차 쉽사리 만행을 저지르지 못했다. 영화에서처럼 아이와 어른을 가리지 않고 가차 없이 다루는 모습은 20세기 초 영국 치하의 이라크에 가깝다. 일본이 그러했듯 무자비한 폭격과 잔혹한 살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국의 얼굴이었다. 스타워즈의 표어대로 “옛날 멀고 먼 은하”의 이야기라는 말이다. 이 까닭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관객이 팝콘을 씹으며 안락하게 궁극의 신병기 ‘데스스타’의 가공할 파괴력을 즐기는 것이리라.

불령선인(不逞鮮人, 후테이센진)이란 말이 있다. 일본어 후테이(不逞)는 멋대로 행동함, 도의에 따르지 않음 등을 뜻한다. ‘조선인’ 자체에는 경멸의 의미가 없지만 줄인 말인 센진(鮮人)은 경멸이다.

일본 총독부는 “3.1운동 이후 불령선인들의 배일감정이 통제할 수 없이 깊어졌다”고 기록한다. 만주, 간도지방의 독립군 활동에 “간도지역 불령선인 초토계획”을 수립하여 군 병력을 투입했다. 간도대지진 조선인 학살사건 때 역시 조선인 폭동을 조작하여 ‘조선인 폭도’를 불령선인이라 했다. 이 밖에 텐노와 식민통치를 비난하거나 사회주의자 및 반체제 성향을 품으면 불령선인이라 했다. 종종 박열 같은 독립운동가는 스스로를 ‘불령선인’이라 자칭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설계도를 훔치러 떠나는 우주선에게 관제탑은 “뭐냐? 왜 허가 없이 이륙하는가?”를 묻자 조종사가 “로그?, 로그 원!”이라 답한다. 마치 박열이 스스로를 불령선인이라 자처한 일을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이들은 조직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신념과 희망을 향해 달려갔다. 제국에 무릎 꿇은 패배자들이 벌이는 무기력한 타협과 협잡으로 유지하는 체제에 순응하지 않겠다는 아웃사이더 근성이다.

부산 일본문화원 앞 소녀상 철거가 철회됐다. 일본 정부는 이를 비난하며 일방적으로 통화스왑을 비롯한 경제 협상을 중단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설립한 소녀상을 철거하라고 정부를 압박한다. 일본은 대한민국 정부에 불령선인인 소녀상을 체포하라고 겁박하는 것이다.

영화에는 <스타워즈>라면 응당 나와야 할 영웅 제다이 기사는 한명도 없다. 주인공 및 조연 모두 결함투성이다. 부랑아, 명령불복종, 신전에서 쫓겨난 승려, 극단주의자 그리고 망명 군인이다. 이들이 모여 저항한다. 그들은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다. 단지 희망하나뿐이다.

자유시민은 자유의지로 자발적으로 행위한다. 정부시책에 반대한다면 자유 시민이기에 불령인을 자처할 것이다. 일본은 대한민국이 일본을 대리해 센진을 다스리는 대리정부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박근혜정부가 그러했기에 우리는 불령인을 자처하며 촛불을 들었다. 일본과 어떤 뒷거래를 했건 소녀상을 지키는 자발적인 불령선인이다.

비록 허리우드 블록버스터지만 <로그원>은 말한다. “희망이 있는데 무엇이 두려우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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