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7.01.10 15:05

[뉴스웍스=최인철기자]연초부터 줄이어 벌어진 재벌가 아들들의 주먹질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지난해에는 재벌가와 국정농단세력의 딸들이 교만함과 후안무치함으로 치를 떨게 만들더니 점입가경의 경지를 보이는 꼴이다.

10년전 재벌 회장이 경제5단체장을 맡고 있으면서 경실련 교수들과 대담을 나누는 자리에 배석해 기록을 담당한 적이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식들에게 재산물려주려고 사업하는 거지, 사회봉사할려고 기업하나" 틀린 말은 아니지만 씁쓸했다. 내로라하는 그룹 회장의 입에서 나온 발언치고는 졸부들의 마인드와 다를바 없구나하는게 솔직한 감상이다.

중세 귀족은 근대 부르조아 세력에 의해 무너졌다. 21세기에는 초거대기업이 사실상 지배층을 형성하고 있다. 지배층의 도덕성이 무너지고 인간미를 상실했을 때 사회는  '디스토피아'로 전락하고 만다. 디스토피아는 결국 기층 민중의 반발로 무너지기 마련이다. 재벌이 시민과 소비자 없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은 불멸의 진리다.

재벌 3, 4세 경영이 현실화하면서 이른바 이들 '금수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사립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아이비리그에서 MBA를 거친 다음 글로벌 유수의 컨설팅업체에 적을 쌓아 인맥을 만드는 '그들만의 리그'에 안주하던 그들이 현실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참혹하다. 워낙 재벌을 사랑하는 여성 작가들이 그리던 '드라마'속의 캐릭터들이 실제로 발현하면서 당혹감을 면치 못하게 하는 셈이다.

감히 재벌가에 제안해본다. 지독한 자식사랑이 그들을 '딴 세상 사람'으로 만들어 현실감을 무디게 만들어 결국 자신은 물론 어렵게 쌓아올린 가업마저 무너지지 않도록 '하방(下放)'을 허하라. '낮은데로 임하도록'해 현실감을 갖도록 시도해보길 적극 권한다. 

한국의 기업이면 최고경영자가 될 자제들이 자국의 현실에 대해 가장 잘 알아야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 영원할것 같던 30대 그룹이 사전에 실릴만큼 옛날 말이 되버린 지난 20년의 현실을 곱씹어보길 바란다. 언젠가 당신의 기업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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