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천기자
  • 입력 2017.01.10 15:48

[뉴스웍스=이재천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방안이 공개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9월 28일부터 시행돼 100일을 넘긴 김영란법이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외 경제여건에서 소비절벽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실물경기와 고용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공통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행령 개정은 급속히 악화되는 화훼업, 요식업, 축산업 등의 타격을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3·5·10'만원(음식접대·선물·경조사비 상한선)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5일 김영란법 시행령 수정검토를 지시했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화훼 업종의 타격이 크고 요식업 매출 감소가 있다"며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몇 가지 제안을 했고 우리도 참여해서 보완 방안을 마련해보는 게 좋겠다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도 지난 6일 황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2017년 정부 업무보고'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농축산·화훼업계 등의 피해와 관련해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소관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도 업계 피해실태 등을 점검하고 각계 의견 및 국민 여론을 살펴보는 등 조정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김영란법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시행 전 예측했던 부작용들이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화훼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화훼업계 총매출액은 1조2000억 원으로 추산됐으나 지난해는 7000억 원대 수준으로 거의 반토막났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조사 응답자 중 84.1%가 2015년 12월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해 요식업계는 연말 특수가 거의 실종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년 11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서는 지난달 음식점·주점업 종사자가 93만6000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3만여 명 줄어 7년만에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요식업체들이 종업원을 줄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선물도 상한액이 5만원으로 묶이면서 이번 설 선물세트가 한우, 굴비 등 고가 국산 농수축산물 대신 수입품으로 대체되는 사례가 많아 농축산어민들의 한숨도 깊어졌다.

이처럼 김영란법 시행으로 소비 위축과 고용 불안이 확산되자 금액기준 상향 등 대안을 마련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소상공인연합회측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영세 상공인들이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사상 최악의 내수 침체 속에서 식사·선물·경조사비를 현실적인 금액으로 조정해 업계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부패 때문에 망한 나라는 있어도 청렴해서 망한 나라는 없다"며 "100일을 시행한 법의 기준완화를 시도하는 것은 부정부패 근절 의지가 없음을 드러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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