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1.12 11:00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소주가 ‘서민의 술’이란 말도 이젠 옛말이 됐다. 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뛰어오르더니 이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던 소주 등 술값마저 상승해 애주가들의 속만 더 쓰리게 됐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U·GS25·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3사는 최근 참이슬과 처음처럼 등 소주 한 병 가격을 1600원에서 1700원으로 올렸다. 맥주도 카스가 기존 1850원에서 1900원으로, 하이트가 1800원에서 1900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마트도 기존 1330원이던 맥주 한 병 가격을 1410원으로, 1140원이던 소주는 1220원으로 올렸다. 롯데마트에서도 하이트, 카스후레시 등 맥주는 한 병에 1750원에서 1830원으로, 소주는 1130원에서 1190원으로 오른다.

이 같은 가격 인상은 올해부터 소주와 맥주의 빈 병 보증금이 인상된 데 따른 것이다. 환경부는 빈 병 재활용률을 높인다는 이유를 들어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보증금을 각각 인상했다.

유통업체들이 판매하는 소주와 맥주에는 빈병 보증금이 포함돼 있어 소비자들이 빈병을 가져오지 않으면 보증금이 고스란히 부담으로 다가온다. 소비자들도 빈 병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기본 구매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에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사진제공=구글>

눈덩이처럼 불어난 음식점 술값

문제는 도매가격보다 3~4배나 뛰는 음식점의 술값이다. 주류유통업체와 음식점을 거치며 가격 인상폭이 커지는 ‘눈덩이 효과’ 때문.

주류 도매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만약 도매상 납품가가 10% 정도 올랐다고 했을 때, 300~400원 수준의 가격 인상이 적절해 보이지만 음식점에선 매장 임차료나 종업원 인건비, 음식 재료비 등의 제반 요소까지 감안해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와 같은 과정 때문에 식당의 소주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도 음식점 소주 가격은 지역별, 형태별로 천차만별이다. 소주 1병에 3000원만 받는 동네 식당이 있는가 하면, 5000원씩 받는 고급 일식집도 있다. 일반적으로 4000원에 판매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일반 업소에서 소주 가격을 5000원으로 인상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듯 보이지만 사실 상당수 업주들은 가격 인상을 망설이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 업주는 “소주 가격을 올릴 생각이 없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500원도 큰 차이인데 1000원이나 인상하면 소주를 마시러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식당 업주도 “가격을 5000원까지 올리면 누가 소주를 마시러 오겠느냐. 동향을 살피고 있긴 하지만 장사도 더 안 될 것 같고 가격 인상을 지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가게들이 전부 가격을 인상한다면 어쩔 수 없이 올려야 하나...”며 말끝을 흐렸다.

<사진제공=구글>

소주가 5000원이라고?

소주 등 주류경쟁업체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조짐이 보이자 소비자들은 단단히 화가 난 모양새다. 소비자들은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 인상, 눈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 피해를 소비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는 업체들을 향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K씨는 “답답하다. 업체들이 조금의 손해도 감수하려 들지 않고 모든 불이익을 소비자에게 감당하라고 하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빈 병을 반납하면 사실 손해도 없는 것 아닌가. 보증금 조금 오른다고 식당에서 술값을 1000원이나 올린다면 앞으로 소주를 사먹을 생각이 없다. 안그래도 나라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데 누구 좋으라고”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소주값 인상을 우려하는 사람들은 “소주 한 병이 밥 한 끼 값이네. 얼마나 대단한 술 판다고 가격을 이렇게 올리려 하나”, “담배값에 이어 술값까지 계속 오르면 서민들은 그냥 죽으라는 소리밖에 더 되나”며 원망 섞인 목소리를 쏟아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