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1.12 11:08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직장인 A씨는 오랜만에 지인들과 만나 강남의 한 식당을 찾았다. 착석 후 메뉴판을 열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소주 값’이다. 정부가 빈 병 보증금을 인상하면서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값이 5000원이 된 곳이 많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어서다.

A씨는 “얼마 전 근처의 한 주점에 갔더니 소주 한 병에 5000원을 받아 깜짝 놀랐다”며 “편의점에서 1000원대인 소주를 식당에서 5000원에 파는 것은 너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주는 서민들의 술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한 병에 5000원씩 하면 누가 마시겠느냐”며 “이럴 바에는 그냥 집에서 먹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소주를 즐겨 마신다는 B씨도 “소주에 배신감을 느낀다. 안그래도 수입 주류의 가격이 꾸준히 낮아지는 상황에 소주 값마저 오르면 누가 국산 주류를 소비하겠냐”며 “경제도 안좋은데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 게 이해가 안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빈 병 보증금 인상 근거로 재사용률 증가를 들었지만 장기화되는 내수부진와 김영란법 시행 등의 영향으로 그렇잖아도 외식소비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 이번 인상이 결국 서민물가 상승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C씨는 “5000원이면 두 병에 만원인 셈”이라며 “남자들이 고기를 먹다 보면 소주 서너 병은 금세 마시는데 4000원과 5000원은 체감 가격이 너무 다르다. 두 병 마실 걸 한 병 마시고 안주 하나 덜 시키게 되면 결국 소비는 더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소주 값 인상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빈병 보증금은 비과세 대상으로 전액 환불 가능한 금액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술값 인상과는 무관하다”며 “보증금 인상분만큼 구매단계에서 부담이 증가하지만 이를 반환하면 소주병 100원, 맥주병 130원을 돌려받을 수 있어 사실상 물가인상이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이에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직장인 D씨는 “한국은 아파트 거주자가 많은데 그거 몇십원 오른다고 누가 유리병을 수집하겠냐”며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월급 빼고는 다 오른다는 말이 요즘 정말 와닿는다”며 “서민들 주머니만 자꾸 가벼워지는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