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3.22 15:22

[4부 새로운 교육 - 수능시험 개혁·대학서열 혁파해야]

대입 수시 논술 시험이 끝난 후 쏟아져나오는 수험생들. 이들 중 상당수는 한 대학의 시험이 끝나면 퀵서비스 오토바이를 타고 다른 대학으로 이동한다.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이재아기자] 교육이 한때는 대한민국의 희망이었으나 이제는 고통이 됐다. 특히 입시 경쟁으로 인한 고통은 이미 감내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은 3년 내내 ‘다람쥐 쳇바퀴 식’의 살인적인 학습노동을 견뎌내다 마침내 수능시험을 치른다. 결전의 날 ‘성공’에 방점을 찍기 위해 그들에게 허락된 것은 예습·복습과 오답노트, 컨디션 조절, 절대 실수 안하기 외엔 거의 없다.

오로지 수능 하나만 바라보며 달릴 수 있다면 차라리 편하다. 그러나 ‘다양한 기회’라는 명분하에 어지럽게 나열된 복잡한 입시 제도를 따라잡느라 학생들은 수능 전과 후에도 마음 졸이며 그들이 꿈꾸는 ‘청춘’을 잡기 위해 눈물을 쏟고 있다.

◆복잡한 입시제도로 인한 사교육 ‘돈 잔치’

입시제도는 크게 ‘수시’와 ‘정시’, 두 가지 전형으로 나뉜다.

여기서 수시는 다시 학생부 종합, 학생부 교과, 수시논술로 세분화된다. ‘학생부 종합’은 교과 성적과 함께 봉사활동, 동아리 및 학교생활, 자소서, 면접 등을 포함하는 비교과 성적을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부 교과’는 오로지 교과 성적 즉, 내신을 보는 것이고 ‘수시논술’은 수능 이후에 치러지는 논술시험과 교과최저등급에 대비하는 전형이다.

정시는 수능 점수로 담판을 내는 것이기에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가·나·다군으로 나뉜 대학 선택지 안에서 수능 성적표에 명시된 표준점수, 백분율, 수능등급 등을 고려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전형을 찾아내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이 역시 매우 복잡하다.

이처럼 수많은 입시제도들은 공교육의 정상화, 사교육비 감소, 대학의 자율권 보장, 학생들의 다양한 특기와 재능을 살린다는 명분하에 활개를 치고 있다. 오히려 대학은 ‘입학사정관제도’, ‘우선선발제도’ 등의 그럴싸한 이름까지 부여해 수험전형료를 챙긴다. 그리고 수험생과 학부모는 1년이 멀다 하고 매년 변형되는 입시 전형들의 뒷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돈과 시간을 써야 한다.

그렇다고 대학이 내세운 빛깔 좋은 명분들은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학들은 얼핏 보면 다양한 입시제도들이 피교육자들을 위하는 것인 듯 말한다. 그러나 사실 교육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상품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공교육은 애초부터 아무 능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입시 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가공할 수 있는 자본과 시스템을 독점하고 있는 대학과 학원, 대형 입시 기관들이 복잡한 입시 제도를 다루는 데는 절대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 입시기관들은 수십만의 학생들이 꼼꼼하게 입력해준 스펙과 성적 데이터를 갖고 너는 이리로, 너는 저리로 '친절하게' 줄을 세우고 주머니를 채우며 돈 잔치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의 대학들이 받는 입시 전형료는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면서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수험생 1인당 6번의 수시를 내면 전형료로 최저 40만원에서 많게는 60~70만원이 든다. 여기에다 정시까지 갈 경우 1인당 3개 대학에 10~12만원의 전형료를 내야 한다. 수시전형은 대학이 학생부, 자기소개서 등 자료와 자질을 일일이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전형료를 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지만 정시전형은 인터넷으로 접수하고 수능점수로만 평가하는데 왜 전형료를 따로 받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이들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실에 제출한 전국 190개 4년제 일반대학(교육대, 방송통신대, 사이버대학 등 제외)의 입학 전형료 수입·지출 현황에 따르면 신입생 정시 전형료 총수입은 매년 3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손주은 메가스터디그룹 회장이 대입 정시 설명회장에서 공개적으로 "정시 전형료는 '0원'이어야 한다"며 "대학 입시로 대놓고 장사를 하는 우리나라 대학은 아주 비양심적"이라고 비판했겠는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입시 전형. 그 속에서 학생과 학부모는 한 시간에 수십만 원짜리 입시컨설팅을 받고 내신관리와 수능 고득점, 또는 각종 스펙을 위해 과목당 수십만 원, 월 수백만 원을 학원비에 쏟아부으며 심지어 대학에 전형료까지 뜯기며 ‘울며 겨자 먹기’로 주머니를 털리고 있다.

<사진제공=픽사베이>

◆대학체제·대학서열화 혁파 필요

시대착오적이고 비효율적인 교육방법과 입시제도는 수많은 낙오자와 학습 포기자를 만드는 등 교육 자체를 질식시키고, 나아가 가계 소비위축, 지역별 격차 조장, 빈부 세습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교육계는 이 같은 입시 제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대학서열화를 깨뜨려 근본적으로 교육열을 식히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 참교육연구소 부소장은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입시혁명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서열체제 혁파 없이는 상위학벌 취득에 대한 과잉열망을 해소할 수 없고, 극단적인 입시경쟁의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이는 결국 대학의 사리사욕만 채우는 복잡한 입시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없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공동선발 및 공동학위 중심의 대학통합네트워크로 입시혁명을 이뤄내자”라며 “대학서열체제 해체와 발맞춰 대입시험은 자격고사로 전환하고 대학별 고사를 폐지하는 등 입학전형의 단순화를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수많은 한계를 노출한 대학 입시제도, 구체적으로는 수능시험을 개혁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단하루 한번으로 대입을 결정하게 하는 ‘로또’ 같은 수능시험은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이 너무 큰 만큼 1년에 적어도 두 번, 혹은 그 이상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 역량과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도 일각에서 제시되고 있다.  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내놓은 교육개혁 방안 중 하나로, 수능 시험을 미국 SAT 같은 대입자격고사로 전환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검토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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