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19 11:06

이 단어 모르는 사람 거의 없다. 누구를 찾아가는 일이다. 첫 글자 訪(방)은 그런 점에서 매우 충실하다. 누군가를 찾아가 무언가를 하는 행위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의 問(문)이 다소 의아하다. ‘묻다’가 사전적인 정의인데, 왜 묻는다는 것일까.

방문(訪問)이라는 한자의 조어는 일본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말이지만, 조어의 주체를 따지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과거 한자 조어가 가장 활발했던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말이다. 그러나 요즘 중국에서도 이 말은 흔히 쓰인다. 

訪(방)이라는 글자는 ‘말’ 또는 ‘말하다’의 새김인 言(언)과 그와 다른 뜻인 方(방)의 결합이다. 뒤의 方(방)은 초기 한자 세계에서 의미가 뚜렷한 편이다. 사람의 시신이 나무 막대 등에 걸려 있는 모습이다. 그 맥락을 풀어본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전쟁으로 잡은 포로를 죽인 뒤 자신의 땅 경계에 걸쳐 놓은 모습이란다. 

그로부터 方(방)은 내 땅 끝의 경계, 지방, 변경이라는 의미를 획득했다고 한다. 그런 方(방)의 풀이에 따르자면 訪(방)이라는 글자는 누군가 먼 곳의 경계, 또는 지방에 가서 말을 나눈다는 뜻이다. 그런 흐름을 좇아 나오다가 얻은 뜻이 결국은 중앙에서 지방 등에 관리를 파견해 의견을 나눈다는 새김이다. 

 

눈 내리는 산길을 돌아 반가운 친구를 찾아가는 모습을 그린 중국의 옛 그림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방문(訪問)이라는 단어가 품는 뜻은 뭘까 괜히 궁금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의 자전(字典)인 <설문해자(說文解字)> 등은 訪(방)이라는 글자를 ‘꾀하다’ ‘의논하다’의 새김인 謀(모)의 의미로 풀고 있다. 그런 맥락을 감안하면 일본의 조어는 타당하다. 의미를 분명히 하고자 홑 글자에 한 개 이상의 글자를 뭉치는 게 현대 한자 조어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訪(방)이라는 글자에 ‘찾아가 논의하다’라는 뜻이 들어 있으니, 그를 ‘묻다’ ‘상의하다’ 등의 새김이 있는 問(문)이라는 글자로 뒤를 받쳐 의미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니 일본식 조어라고 낮춰 볼 필요는 없다. 나름대로 한자 고유의 맥락을 살린 편이다.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한자 낱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탐망(探望)이 떠오른다. 찾아가 보는 일이다. 그 역시 무엇인가 목적이 있을 법하다. 친구 사이에, 친지 사이에 서로 찾아가는 일은 안부를 확인하거나 우의를 돈독하게 하는 등의 곡절이 있을 테다. 

예를 갖춰 찾아가면 예방(禮訪)이겠고, 두루 여러 곳의 사람들을 찾아 만나면 순방(巡訪)이겠다. 탐방(探訪)이라고 적으면 더 뚜렷한 목적성을 드러내는 말이지 싶다. 방의(訪議)라고 적어도 찾아가 논의한다는 의도성이 잘 드러난다. 

중국에서는 기자의 직업적 행위인 ‘취재’를 採訪(채방)으로 적는다. 무언가를 캐기(採) 위해 남을 찾아간다(訪)는 식의 조어다. 아리송하기는 하지만, 이해 못할 것은 없다. 찾아온 손님은 방객(訪客), 그런 목적으로 오는 일을 내방(來訪), 지나는 길에 들르는 일을 과방(過訪)이라고 적는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방북 여부가 화제다. 북한의 김정은을 방문하는 일이다. 목적이 없다면 거짓일 테다. 그의 대권 행보와 관련을 지어 소문을 캐보는 언론도 적지 않다. 깊은 그늘에 놓인 북한을 방문하는 바에야 목표를 뚜렷이 하고 가는 게 나을 듯싶다.

그저 그런 방북이 아닌, 한반도 평화통일에 기여하는 지구촌 차원의 명분을 보여주되 그에 걸맞은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치밀한 방략은 내밀하게 다듬어야 옳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 성격의 방문이라면 단순한 정치적 행보라 여겨져 미운털만 박힐 수 있다.   

<한자 풀이>
訪 (찾을 방): 찾다, 탐구하다. 뵙다. 심방하다(방문하여 찾아보다). 살펴보다, 정찰하다. 조사하다. 상의하다. 의견을 묻다. 꾀하다, 모의하다.
問 (물을 문): 묻다. 문초하다. 방문하다. 찾다. 알리다. 부르다. 소식. 물음.
探 (찾을 탐): 찾다, 더듬어 찾다. 염탐하다, 엿보다. 구명하다, 깊이 연구하다. 잡다, 가지다. 유람하다. 
巡 (돌 순, 순행할 순, 따를 연): 돌다. 순행하다. 따르다. 돌아보다, 살피다. 어루만지다. 활 쏘는 수를 세는 단위. 따르다(연). 끼고 돌다(연). 
採 (캘 채, 풍채 채): 캐다. 뜯다, 채취하다. 채집하다, 수집하다. 고르다. 채택하다, 선택하다. 가리다, 분간하다. 채색하다. 풍채. 벼슬. 무늬.

<중국어&성어>
明察暗访(訪) míng chá àn fǎng: 겉으로는 세심하게 살피고, 속으로도(은밀하게) 찾아가 물으며 캐다.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조사하며 검토하는 행위. 자주 쓰는 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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