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1.13 15:08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과 김영란법 등의 영향으로 올해 차례상은 수입산 식료품이 대거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민족대명절 설을 앞두고 연초부터 장바구니 물가가 폭등하면서 국산 제품으로만 차례상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호주산 소고기와 미국산 계란, 남미산 과일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내수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윳돈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의 유혹을 떨쳐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일 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차례상 비용은 전년 대비 8% 가량 오른 25만4000원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0월 태풍 영향으로 배추가 60% 이상, 무는 100% 이상 폭등했으며 사육두수가 감소한 소고기는 10%가 올랐고 AI로 역대급 피해를 입은 달걀은 109%와 41%씩 치솟았다.

이처럼 설을 코앞에 두고 식료품 물가가 급등하면서 가성비가 뛰어난 수입산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다. 차례상의 메인요리로 올라가는 소고기도 최근 수입산 비중이 크게 늘었다. 한우 가격은 최근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수입산 대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관세청과 미국육류수출협회(USMEF)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고기 수입량은 총 34만6893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증가했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자료가 제공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반면 국산 소고기 자급률은 점차 떨어지는 추세다. 국산 소고기 자급률은 지난 2014년 48.1%에서 2015년 46.2%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AI 파동으로 인해 계란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전과 각종 부침 등의 주요 재료로 소비되는 계란도 미국산으로 대거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는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수입한 계란 150만개를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14개 점포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에 처음으로 상륙한 미국산 계란은 대형마트에서 현재 평균 가격인 개당 318원보다 저렴한 개당 300원에 판매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주말에만 100~200톤의 계란이 들어오고 설 전후로 600만개 이상의 계란이 수입‧소비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설 선물세트도 수입산 비중이 커졌다. 유통업체들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선물세트 대부분을 5만원 이하의 실속상품으로 교체했다. 선물세트 가격이 내려가면서 국내산 제품이 값 싼 외국산으로 대체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외국산 선물세트 예약판매 매출은 지난해 설 대비 120% 증가했다. 유통업체들도 수입 선물세트의 물량도 크게 늘렸다. 27만원에 팔렸던 소고기 세트는 올해는 4만9000원 호주산으로 모습을 바꿨다. 올해 신세계백화점은 57%, 롯데백화점은 40% 이상 각각 증가했다.

수입산 식료품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국내 농축수산물 보호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경제부처 새해 업무보고에선 명절 선물의 경우 현재 5만 원인 상한선을 완화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온 상황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설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보통 수입산 구매를 꺼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또 수입산 식료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점차 긍정적으로 변하면서 수입산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영향으로 한우 수요가 수입고기로 대체되고 동시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경향이 짙어지면서 농축어민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올해 소고기 자급률은 작년보다 더 낮은 30%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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