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7.01.13 14:57

이제 차기 대권 주자들이 일으키는 풍진이 거세다. 그래서 여론(輿論)이 들썩인다. 쉬지 않고 나타나는 여론조사에 사람들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인다. 여러 사람의 의견, 평가 등을 알아볼 수 있는 틀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면서 더 법석이다.

여론(輿論)이라는 낱말을 이루는 글자 둘이 관심이다. 앞의 輿(여)는 대표적인 새김이 ‘수레. 사람이 타고 다니거나, 물건을 실어 운반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수레일 수도 있고, 가마일 수도 있다. 어쨌든 사람이 타거나 물건을 실어 옮기는 도구다.

뒤의 論(론)은 일상에서 쓰임이 워낙 많아 달리 풀 필요는 없을 듯하다. 사람들의 말, 의견을 드러내는 언변, 사람들 사이에 떠도는 평가 등의 뜻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여론이라는 낱말의 원래 뜻이 무엇인지 헛갈린다. 영어 단어 public opinion의 번역인데, 왜 하필 수레를 등장시켰던 것일까.

원래의 글자꼴은 여러 사람의 손이 가운데에 있는 수레(車)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다. 수레를 만드는 일, 또는 수레를 밀고 있는 동작을 가리켰다고 풀 수 있다. 따라서 적어도 이 글자의 초기 출발은 수레와 그 주변의 사람이라는 뜻을 담았다고 본다.

나중에 발전한 의미 갈래 하나가 있다. ‘노예’라는 뜻이다. 수레를 몰거나, 수레를 밀며, 때로는 수레와 가마 등의 옆에 붙어서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글자다. 이들은 대개 신분이 아주 낮은 사람, 심지어는 노예에 준하는 등급을 받았던 모양이다.

사회 계층의 밑바닥에 속한 사람들이다. 사회를 이루는 가장 하부의 사람들이 벌이는 중론이라는 뜻에서 아마 여론(輿論)이라는 조어(造語)가 가능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중국 고전에서도 이 단어는 꽤 일찌감치 등장한다. 본격적인 쓰임새는 아니었으나 그 개념만은 일찍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결국 문물(文物)과 제도 등이 이른 산업화를 통해 먼저 발전한 서양으로부터 그보다 떨어졌던 동양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public opinion에 조응하는 단어로 선택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은 전혀 낯설지 않은 단어로 우리 일상에 깊숙이 자리 잡은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쓰임은 원래의 뜻인 수레 또는 가마와 관련이 있다. ‘여론’이라는 문맥에서 등장해 지금까지 잘 쓰이고 있는 단어는 여망(輿望) 정도다. 뭇 사람들의 기대를 말하는 낱말이다. 중망(衆望)이라고 해도 좋다. 아무튼 일반 여론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대중적인 기대를 일컫는 말이다.

특이하게 쓰는 때도 있다. 한반도의 지도를 처음 작성해 유명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라고 적는 경우다. 여기서 輿(여)는 수레라는 원래 새김에서 조금 거리를 뗀다. 이 흐름에서 글자가 지니는 뜻은 ‘땅’이다. 그 자체가 땅을 가리킬 수도 있고, 그를 보완해 땅이라는 뜻의 地(지)라는 글자가 붙어 의미를 더 강하게 붙잡는다.

수레라는 당초의 의미가 어떻게 땅이라는 의미로 발전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땅이 모든 것을 제 몸에 실어 지탱해주는 수레와 같다고 봤기 때문일 테다. 그래서 여도(輿圖)라고 적으면 지도(地圖)의 뜻이다. 그 새김을 강조하는 말이 여지도(輿地圖)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요소에 따라 차기 대선에 나서는 후보자들을 향한 여론은 춤을 출 것이다. 여망은 그처럼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가 결국 일정한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여론조사는 그로써 더욱 사람들의 관심을 붙잡을 태세다. 그 최종의 귀추(歸趨)는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전망키 힘들다.

그럼에도 바라는 것이 하나 있다. 만물을 제 몸에 싣고 우주의 운행에 따라 한 치의 어김도 없이 움직이는 이 대지처럼 각 후보자들이 한 결 같이 믿음직스러웠으면 좋겠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누구를 선택해도 이 나라를 발전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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