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1.13 18:01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이 영화에서 배우 이병헌은 조희팔을 연상시키는 진현필 역을 맡았다. <사진=마스터티저영상캡처>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조희팔 사기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마스터>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13일 법원이 5조원대 유사 수신 사기 범행을 한 조희팔 조직의 2인자 강태용에게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대구지법 형사11부가 조희팔의 오른팔이자 자금관리 담당 부사장이었던 강태용에게  판결한 위법 행위는 횡령, 뇌물공여,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추징금 125억원도 함께 판결했다.

조희팔은  지난 2004년부터 2008년 사이 무려 7만여 명을 상대로 5조 715억원을 끌어모은 의료기기 역렌탈 다단계 사기 사건의 장본인이다. 그는 조 단위의 사기금액은 물론이거니와 대담한 사기수법과 의혹투성이인 사망 논란 덕에 더욱 유명해졌다. 

<사진=MBN영상캡쳐>

1957년 경상북도 영천에서 태어난 조희팔은 2004년부터 의료기기를 사면 이를 대여해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저금리 시대에 연 35%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소문은 금세 전국으로 퍼졌고 조희팔 일당은 대구, 인천, 부산 등 전국에 걸쳐 수십개 법인과 49개소의 센터를 운영했다.

그러나 이는 뒷사람이 낸 돈으로 앞사람에게 이자를 주는 다단계 사기에 불과했고 경찰수사가 본격화되자 조희팔 일당은 2008년 10월 현금화해둔 자산을 다 챙겨 중국으로 밀항했다. 조희팔의 5년여에 걸친 사기행각으로 3만명이 최대 5조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인터폴의 수배가 진행 중이던 2012년 5월 돌연 그가 2011년 12월에 이미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조희팔의 유족은 조희팔이 원한 관계에 있던 세력에게 청부살인을 당해 죽은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에서 찍어왔다는 장례식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인위적인 모습이 역력한 유족의 장례식 촬영은 조작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고 2015년 10월 SBS의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조희팔의 사망 영상이 조작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 SNS 등을 통해 조희팔 목격담이 전해지기도 했고 그가 단골로 다니던 골프장에서 사망 이후 시점에도 이용한 기록이 있었다는 점, 사망감증서 등에 중국 공안의 인증 도장이 찍혀있지 않다는 점 등이 의혹의 실마리가 됐다.

결국 방송 하루만에 조희팔 조직의 2인자 강태용이 중국 공안에 체포됐지만 검찰은 2016년 6월 조희팔이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이에 따라 조희팔의 사기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과 공직자 등에 대한 수사도 일거에 마무리됐다.

<마스터>에서 이병헌이 분한 사기꾼 진현필은 건국이래 최대 사기꾼이라 불리는 조희팔의 이름에서 초성을 따왔다. <마스터>는 지난 8일 기준 6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이병헌과 강동원, 김우빈이라는 쟁쟁한 배우들의 연기도 한 몫 했지만 전문가들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지는 김재명(강동원 분)의 고군분투가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을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않고 여기저기서 사기꾼들이 판치는 상황에 해야 할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경찰이야 말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모두가 바라는 일이라는 것이다. 

영화를 연출한 조의석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한국사회를 이끄는 사람들이 패악을 일삼게 하는 주요 원인은 돈에 대한 욕심이라는 생각”이라며 “돈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일침을 놓고 싶었던 게 <마스터>의 탄생 배경 중 하나”라고 전했다.

영화는 김재명이 진현필의 돈을 찾아내 피해자들에게 피해액만큼 일일이 돌려주는 '판타지'로 마무리됐지만 현실의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은 상당수가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으며 법원 공탁금을 둘러싸고 서로간에 소송까지 벌어지고 있어 '해피엔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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