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1.14 10:19

"방어권 보장해야"..."기업인, 권력자 쫓아가 돈낸적 없다"

재계 총수들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정부 민간인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출석, 선서하고 있다. <사진=DB>

[뉴스웍스=한동수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번 주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삼성그룹 관계자들에 대해 사법처리를 결정하겠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이에 재계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삼성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됐는데 다른 기업들의 경우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고민은 단순하게 매를 덜맞거나 피하겠다는 차원이 아니다. 더 큰 고민은 경영공백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루된 민간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애당초 '을'의 입장이었던 기업인들은 새해 벽두부터 산적한 업무가 있지만 올스톱 상태다. 비상경영체제로도 막을 수 없는 경영공백 상황이 눈앞에서 터질 수 있는데 똑바로 대처할만한 물리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영공백' 현실화 되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기부금을 낸 대부분 기업들은 지난 한 달여동안 신년 사업계획이나 정기임원인사는커녕 특검의 수사 방향만 지켜보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삼성전자 이 부회장이 소환조사를 받은 직후부터는 다음 소환에 대비해 분주히 움직이면서 사실상 업무는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무조건 처벌대상으로 대기업 총수들을 몰아세우는 것만이 정의를 바로세우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다만 요즘 사회분위기에서 자칫 이런 의견을 잘못 피력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날 수 있어 답답한 마음을 감추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이번주호 커버스토리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검 소환을 다루면서 “이번 특검수사는 삼성전자에 역풍이되겠지만 글로벌 경쟁기업에는 순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책임질 것은 책임진다...다만 여론에 휩쓸려선 안돼"
   "뇌물 주는 쪽이 받는 쪽에 기별을 해야지...받는 쪽이 불렀다면 거꾸로 아닌가"
   "돈 받은 쪽이 오히려 강요"

 특검팀의 수사선상에 오른 대기업 관계자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사견을 전제로 내놓은 의견들을 종합하면 잘못된 관행이었을지라고 범법행위가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것이 현재 해당기업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대통령까지 연루된 사건에서 국민이 납득하지 못하는 결론이 나온다면 오히려 기업의 장래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마녀사냥식으로 해당기업들을 악의 축으로 몰아세우는 것에 대해선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

이들은 속내를 속시원히 드러내진 못했지만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피의자의 경우 불구속 수사로 방어권 보장 ▲대통령과 측근들의 위법행위를 입증하는 도구(증거)로 대기업 총수 활용 자제 ▲대외신인도와 국가경쟁력 고려 등을 주장했다.

대기업의 한 고위 임원은 “뇌물공여죄의 경우 뇌물을 주는 쪽이 받는 쪽에 먼저 기별을하고 도와달라고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겠냐”며 “이번 사건은 이와 반대로 청와대 경제수석이 대통령과 총수간 독대자리를 마련하고 중간상황을 체크하면서 여기저기를 도와주라고 먼저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돈을 받은 쪽이 오히려 내놓으라고 강요한 것인데 전 세계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이 대통령을 쫓아다니며 봐달라고 한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이는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어야 하는 기업입장에서 대외신인도에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라고 덧붙여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법정에서 가려야할 법리 해석문제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피의자신분의 수사대상자들에게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는 구속수사 원칙이 과연 옳은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의 관계자는 “수사 선상의 대기업들이 잘했다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얘기하는 것을 정면으로 거부할 수 있는 정치, 사회부문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는지도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특검팀이 뇌물공여죄 적용이 어려우면 국회 청문회 위증죄를 적용해서라도 구속영장 청구 등을 얘기하는 것은 스스로 뇌물공여죄 성립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이 도와달라는 것을 그냥 일반적인 도움 요청정도로 받아들이는 기업인이 어디 있을 수 있겠는가”라며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 적용을 위해 기업인을 도구로 사용하는 행태는 국가이익에 절대 도움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기업인들에 대한 구속수사가 가혹하다는 의견이 적지않다.

검사출신의 한 변호사는 “재계 총수의 경우 신분이 확실하고 얼굴이 다 알려져 도주의 위험이 없고, 수 차례 걸친 압수수색으로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는 상황에서 구속수사는 사회 여론 조성용 보여주기식 수사일 수 있다”며 “특검팀도 과연 법정신에 부합하는지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속영장을 발부한 후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특검팀은 할 도리를 다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기업인과 기업의 무형의 피해는 누가 책임지겠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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