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인철기자
  • 입력 2017.02.10 09:00
도쿠가와 쓰나요시는 사람보다 '개'를 아꼈던 '개쇼군'으로 유명하다./사진=위키피디아
[뉴스웍스=최인철기자]일본 에도 막부시대에 '이누쿠보(犬公方, 개 쇼군)'이라고 불리는 최고권력자가 존재했다. 백성보다는 '개'를 더 아껴 이런 별명으로 불릴만큼 개 사랑이 남달랐다. 
 
이 막장 이야기의 주인공은 17세기말 에도막부 5대 쇼군인 도쿠가와 쓰나요시(徳川綱吉). 쓰나요시는 '살생금지령(生類憐れみの令)'을 반포해 모든 생물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극성스러운 제도를 실시했다. 특히 개에 대한 지나친 과잉보호가 문제가 됐다.

1685년 이후 20년여간 시행된 이 법령에 따라 개의 호적을 작성하고 개가 죽었을 때에는 사망신고를 하도록 했고 개에게 상처를 입히면 처형되기까지 했다. 사람이 개만도 못한 세상이었던 셈이다.

백성들이 쌀을 먹기 힘든 현실에서도 개 한 마리당 일정량의 쌀과 생선을 제공하고 개 먹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세금도 부과했다. 1709년 쓰나요시가 죽으면서 살생금지령을 이어가도록 유언을 남기지만 그동안의 민초들의 반발을 반영하듯 바로 폐지되고 만다.

쓰나요시는 각종 개혁 등을 추진한 나름대로 명석한 쇼군이었지만 지나친 개사랑으로 '개 쇼군'이라는 대명사만 남게되는 비원의 운명을 맞이한 것이다.

일본의 개는 대만과 오키나와를 거쳐 해상로를 타고 올라온 남방계와 한반도를 통해 들어온 도래인의 개(북방계)들이 원조로 전해진다. 일본 개로는 도사 지역에서 싸움개로 육종한 '도사견'외에도 지역 별로 '아키다견'. '시바견'등이 유명한다. 

도쿄 시부야역 '하치' 동상./사진=일본정부관광국
일본 개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는데는 '영화'와 '소설' 등이 톡톡한 역할을 했다. 일본 도쿄의 도심 시부야역에는 아키타견을 세워놓은 개동상이 있다. 작가 신도 가네토의 소설 '하치 이야기'의 주인공 개다. 하치는 주인인 우에노 교수를 매일 퇴근시간에 맞춰 시부야역으로 마중을 나가는 것으로 충직한 개로 유명했다. 하지만 우에노 교수가 갑작스런 질병으로 사망한 후에도 변함없이 시부야역에서 돌아오지 못할 주인을 기다리며 식음전폐하다가 결국 주인을 뒤따라간 이야기다. 

변절과 배신을 밥먹듯 하는 인간보다 나은 '개'에 대한 이야기는 큰 감동을 안겨주면서 개를 동상으로 세우게 했고 일본에서 영화가 히트하자 미국에서 '하치이야기'라는 이름 그대로 리메이크 제작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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