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1.16 11:14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현장사무소가 서울에 개설되고 김정은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는 운동이 추진되는 등 유엔의 북한인권 관련 압박수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여야합의로 ‘북한인권법’이 11년만에 국회를 통과하여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북한인권법 시행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야당의 이사 추천 지연으로 북한인권재단이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북한인권법안 핵심의제부터 살펴보자.

거기에는 정부가 3년마다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을 수립 추진하도록 규정하여 중‧장기 차원에서 체계적인 북한인권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국제기구, 단체 및 외국정부 등과 북한의 인권을 위해 협력하며 국제사회에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고 외교부에 북한인권대외직명대사를 둘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북한주민의 인권상황과 인권증진을 위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 기록하기 위하여 통일부에‘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하고 수집된 자료를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토록 한 것 등이 핵심안건으로 기록돼 있다.

한국생활 11년동안 북한인권에 관해 학자들, 전문가들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많은 논평을 들었다. 그러나 북한인권에 대한 시원한 정의는 보지 못했다.

북한에서 태어나 그 사회를 경험한 사람으로서 북한인권의 핵심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돼야 마땅한지에대해 생각해봤다.

북한인권에 대한 정의를 보면 김씨일가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고 거기에 동조해 하수인노릇을 하는 북한정권의 정책결정에 참여한 자들에 대한 기록이 우선적으로 다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10여개 이상의 정치범수용소와 각 도단위의 수용소들은 북한인권문제가 상기될 때마다 같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반증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수용소에서 마음대로 처형한다고만 지적할 뿐 정확한 북한인권의 실상을 꿰뚫지 못하고 있진 않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일본 후지TV가 지난 2004년 2월 방송한 북한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수용소(제15호관리소)모습. 수용자들이 경비대와 보위부대원들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인분을 퍼나르고 있다. <사진=동국대DMZ연구소>

정치범수용소만 놓고 보더라도 그 잔인성보다 심각한 것은 정치범의 가족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짓밟힌다는데 있다. 이것은 대상자에 대해 무력으로 잔악한 행위를 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다. 지금 지구상의 분쟁지역 곳곳에서는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 차이로 인해 핍박과 고문 등이 자행되고 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잔인한 고문이나 핍박행위를 두둔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것들만 문제를 삼을 경우 북한은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분쟁‧전쟁지역 국가의 잔인한 행위와 비교하며 국가의 통치행위라는 것으로 정당성을 부여하려 든다.

따라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무슨 잘 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북한내 정치범들의 가족, 친지 심지어 취학전 어린이들에대한 차별과 핍밥이 자행되고 있다. 북한인권문제는 단순히 정치범들에 대한 처형 금지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더 세밀하고 더 폭넓은 인권문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얘기다.

정치범이 되는 순간 본인과 그 가족은 북한의 주민등록기록부에서 ‘영구삭제’된다. 즉 다시 말해 정치범이 되는 순간부터 대상자들은 ‘짐승’으로 취급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공민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그 어느 곳에도 그 사람들에 대한 일체의 기록자체가 남아있지 않는다. 그리고 죽어서도 수용소 내에 매장당하게 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그 죽음이 억울한 살인일지라도 말이다.

각 지역마다 운영하는 일반수용소내 수감자들은 눈과 비를 가리지 않는 장시간의 육체노동과 할당량수행을 목표로 매일 같이 폭행과 폭언에 시달리고 있다. 그리고 매일 멀건 소금국에 껍질 채로 조리된 약간의 통옥수수 죽을 먹고 영양실조로 하루에도 몇십명씩 사망에 이르지만 어느 누구도 거기에 대해 반항할 수 없다.

북한에서의 사회주의는 도그마화한, 그리고 여러 가지 점에서 단순화한 수령제가 그 본질이다. 수령 그 자체가 북한지배체제의 ‘국가이데올로기’이다. 수령을 정당화하고 옹위하는 절대 무기가 ‘프롤레타리아 독재’다. 레닌은 소비에트에서 전시공산주의가 노동자와 농민에게 가했을 고통에 대해 인정하며 이런 말을 남긴다. “전시공산주의의 핵심은 우리가 사실상 사람들로부터 모은 잉여를 빼앗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때로는 잉여뿐만 아니라 그들이 먹어야 할 기본적인 식량의 일부마저도 빼앗았다는데 있다.”

북한은 수령제의 정당성과 사회주의의 고수라는 미명하에 전국적 범위에서 인민들의 수족을 묶고 그들의 영혼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 이것이 북한인권문제의 본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인권문제는 여야공방으로 계산될 서푼짜리 정치투쟁의 농간물이 아니다. 하루빨리 북한인권기록보존소와 센터의 정상적인 업무가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기록된 자료에 기초해서 훗날 인권탄압에 앞장섰던 자들을 심판대에 세우는 것이 오늘과 미래의 정치가 해야 할 의무다. 

지금도 북한에는 죄없이 굶거나 약이없어 감기만 걸려도 죽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인권문제는 정치적 이해득실로 양보하거나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북한은 적대국이기전에 우리의 한 핏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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