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소운기자
  • 입력 2017.01.16 14:10

[뉴스웍스=이소운기자] ‘인생 한 방’을 꿈꾸며 사들인 로또복권 판매가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는 액수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 가까이 늘어난 3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04년 로또 한 게임당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린 후 사상 최대치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로또 판매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은 판매점 증가 때문”이라며 "불황으로 로또 판매가 늘어난다는 상관관계는 규명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복권 판매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100만명을 넘은 실업자수 등 불황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가 나쁠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복권 판매와 경기의 상관관계

복권 판매와 경기는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전 세계 복권 판매량은 세계경제가 호황이던 지난 2004~2005년에는 정체하거나 후퇴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7년 이후에는 꾸준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가별로는 지난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권판매액이 가장 높은 곳이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이었다. 이들은 유럽 재정위기의 주범으로 꼽히는 나라들로, 살림이 어려워지면서 복권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복권 판매는 2010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경제성장률 둔화로 장기 침체국면에 진입한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지난 2005년 2조 원대로 떨어졌던 로또 판매액은 2014년 3조489억원으로 3원대를 회복했고 2015년 전년보다 6.8% 늘어난 3조2571억원, 이어 지난해 3조5000억원 등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로또 판매가 늘자 판매점을 2014년말 6015곳에서 지난해 6월 6834곳까지 확대했다.

로또 당첨, 벼락 맞기보다 어렵다는데...

로또에 당첨되는 일은 벼락 맞은 일보다 어렵다. 일반적으로 한 해 동안 벼락 맞을 확률을 50만분의 1이라고 보지만 한국의 로또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 연금복권 당첨확률은 315만분의 1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로또를 사는 걸까. 서민들이 ‘일확천금’이라는 신기루 같은 희망을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엘런 랭어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스스로 숫자를 부여하는 로또를 통해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 즉 현실적으로 권한이 없는 뭔가에 대해 통제하거나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복권은 춘추전국시대 중국 진(秦)나라가 ‘키노’라는 복권을 발행해 만리장성 건설 등 국방비를 조달했다고 전해질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미국 ‘파워볼’ 같은 천문학적인 당첨금(지난해 5월 1등 당첨금 4964억원)이나 당첨자의 인생역전 얘기가 전해질 때마다 나도 사야겠다는 구매욕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로또 당첨의 역설

이탈리아어로 행운을 뜻하는 '로또(lotto)'는 영어 복권(lottery)의 어원이다. 복권은 행운만 가져다 줄 것 같지만 복권에 당첨되고 나서 행복하기는 커녕 패가망신, 가정파탄이 일어나는 ‘로또의 역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몇년 전 미국의 한 신문이 1000만 달러 이상의 복금을 탄 당첨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자동차를 신형으로 바꿨고 이어 집을 마련했으며 다음으로 배우자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놀랍게도 복권에 당첨된 지 10년 이상 지난 사람들 중 64%는 이전보다 더 불행해졌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부산에 사는 황모 할머니가 40억 로또 1등에 당첨된 아들과 싸움이 나면서 세간에 회자됐다. 황 할머니는 일용직으로 일하던 아들이 로또에 당첨된 후 이사를 가버리자 수소문 끝에 아들을 찾아갔으나 오히려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당했다며 ‘손자 손녀 키워줬어도 79세인 엄마를 버리고 아들 집 찾아간 엄마를 주거침입죄로 고발한 아들…’이라며 경남 양산시청 앞에서 ‘패륜아들을 사회에 고발합니다’라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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