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7.01.17 15:49
서울의 숲 전경이다. 원래는 조선시대 군사 훈련장이었다. 군사훈련을 지켜보기 위한 임금의 행차가 잦았다고 한다. 뚝섬은 임금의 그런 행차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다.

어느 깃발이 최고 지휘관의 진영에서 올라가느냐에 따라 예하의 각 진영은 움직임을 결정해야 했다. 따라서 옛 전쟁터에서의 깃발은 지금의 무전기, 나아가 모든 정보통신 기기의 역할을 했던 중요한 도구였다. 그래서 깃발은 군대의 용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우리에게 쓰임이 낯익은 단어의 하나가 휘하麾下다.

“누구의 휘하에서 활동했다”라는 말은 예전 전쟁터, 또는 군대생활을 오래 했던 세대들이 많이 썼다. 그 앞의 麾(휘)라는 글자가 바로 전쟁터 또는 군대의 최고 지휘관인 장수將帥의 깃발을 가리킨다. 이 역시 당초 쓰임새는 음악, 또는 무악舞樂 등과 관련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행사에서 처음과 끝을 알리는 깃발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로부터 더 나아가 전쟁터 최고 지휘관의 명령을 전달하는 신호체계에 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옛 왕조시대에는 열녀烈女와 효부孝婦에 관한 전설도 풍부하다. 그런 열녀와 효부가 생긴 곳에 들어서는 시설이 정문旌門이다. 붉은 색 기둥에 가로로 막대를 올려 “이곳에 열녀가 살았다”고 표시하는 장치다. 그 정문旌門의 앞 글자 旌(정) 역시 깃발을 가리켰다. 깃대 끝에 보통은 새의 깃털 또는 소의 꼬리 등을 달았던 군대의 깃발이다. 그런 깃발의 의미에서 무엇인가를 기리고 표현하는 시설의 의미를 더 얻었다고 보인다.

깃발을 가리키면서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한자는 역시 旗(기)다. 초기에는 곰과 호랑이를 그린 깃발을 가리켰다는 설명이 있다. 우리에게는 기치旗幟라는 단어로 잘 알려져 있고, 쓰임새는 매우 많다. 우선은 태극기太極旗와 국기國旗를 비롯해 반란을 의미하는 “반기反旗(또는 叛旗)를 들다”의 쓰임도 있다. 애도와 조문을 표시하는 반기半旗라는 단어, 나아가 손에 잡고 흔드는 조그만 깃발인 수기手旗, 미국의 깃발인 성조기星條旗, 중국의 국기인 오성홍기五星紅旗 등 쓰임이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幡(번)과 幢(당)도 그런 깃발의 한 종류다. 주로 불교의 사찰에서 많이 썼던 글자이면서, 일반 주막이나 상점 등에서도 간판 대용으로 썼던 깃발의 종류라고 이해하면 좋다. 가로로 펼치는 것보다는 세로로 위에서 아래쪽을 향해 길게 내린 깃발이나, 간판 대용의 표지다.

중국을 석권했던 청나라의 건국 주체, 만주족은 팔기八旗로 유명했다. 왜 여덟(八) 깃발(旗)일까. 이는 군대의 편제를 일컫는 단어였다. 그러니까 깃발의 색깔과 모양으로 병력을 여덟 단위로 나눠 전쟁을 수행한 데서 나온 말이다. 그 창시자는 청나라 건국의 뿌리인 누르하치다. 그는 탁월한 지휘력을 발휘해 통합을 이루지 못했던 당시의 만주족을 강력한 조직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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