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7.01.17 17:25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설 명절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계란은 물론이고 한우, 배추, 무 등의 가격이 폭등하는 이유가 중간 유통 상인들의 사재기와 매점매석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소비자가격 평균 5500원이던 계란 한판(30알) 값은 두달여만에 1만 원대에 이르렀다. 지난 13일 정부의 계란수입이 이뤄지자 가격 상승세가 주춤했지만 여전히 평균 9491원에 판매되고 있다. 아무리 AI 여파가 크다고 하더라도 국내 계란생산량과 소비량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가격이 너무 많이 치솟았다.

과잉 생산으로 인해 산지가격이 아무리 많이 떨어져도 소비자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거나 이번 계란처럼  생산량이 조금만 줄어도 소비자가격이 급등하는 '이상현상'은 중간유통시장에서 발생하는 오래된 적폐다.

대표적인 사례로 닭 값을 들 수 있다. 닭 산지가격은 AI 여파로 소비수요가 감소해 급락하고 있는 반면 소비자가는 요지부동이다.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육계 kg당 산지가격(1175원)과 도매가격(2284원)은 지난달 2일 대비 각각 29%, 23% 하락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5013원) 하락폭은 5% 가량으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또 실제 산지에서 1000원대에 거래되는 육계 1kg은 시중에서 5배가량 비싼 값에 판매되고 있어 이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중간유통 단계로 인한 가격 거품 사례는 한우가 대표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우 사육두수가 가장 많았던 2014년 2분기에 산지 한우가격은 600kg 어미 소 1마리에 520만 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한우고기 등심(1등급) 1kg 도매가격은 4만5000원, 등심 소비자가격은 6만4700원 대로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차이는 1만9700원 정도였다. 한우 등심 소비자가격의 30%가 중간 유통비용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비효율적이고 복잡한 중간유통구조

유통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물가 상승의 원인이 불필요하고 복잡한 중간유통구조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나라의 유통구조를 보면 생산자가 있고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상이 있으며 집하장이나 유통센터에는 경매인으로 불리는 도매상이 있다. 이어 위탁이나 중간도매상이 있고 소매상을 거쳐야 비로소 최종 소비자가 물건을 살 수 있다.

이처럼 최소 3~4단계에서 많게는 5-6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다보니 가격이 2배로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중간에서 중간유통업자들이 이를 사재기하거나 뻥튀기하는 등 폭리를 취하면 과도하게 오른 비용은 결국 최종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의 몫이다.

이번 계란대란에서 중간유통상인들이 의심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AI사태에 따른 계란의 공급물량은 산술적으로 30% 가량 감소했다. 평소 계란 생산량이 거래량보다20%가량 여유있던 것과 AI를 의식한 소비감소분을 고려할때 이번 사태는 중간유통업자들의 매점매석이 아니라면 공급대란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가격이 뻥튀기되는 현상을 피하고 유통단계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직거래 장터를 찾기도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물가 안정의 해결책이 아니다. 이미 운영되는 직거래 장터가 상설이 아닌 임시 장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유통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란파동을 비롯한 물가대란이 수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GP센터 통해 근본적인 유통구조 개혁 필요

거론되는 대표적인 대책은 유통센터(GP센터:Grading and Packing)의 확대다.

GP센터는 상품을 수집해 선별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진행하는 집하장이다. GP센터를 통해 제품을 관리하면 유통의 투명성이나 위생관리를 강화할 수 있고 품질향상과 수급조절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이 대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유통과정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가격 안정에 효과적이고 더 나아가 소비자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다.

이미 국내 약 50곳에 계란 GP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유통되는 물량은 35% 수준에 불과하다. 계란뿐만 아니라 다양한 농축산물에 대한 GP센터 건립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GP센터는 공판장이기 때문에 제품의 공식 거래가격이 집계돼 유통이 투명해질 것”이라며 “GP센터의 유통과정 상의 이점은 이미 이론적으로 검증됐고 현재도 GP센터를 통한 유통 활성화를 위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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