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천기자
  • 입력 2017.01.18 16:10

관세폭탄·한미 FTA 재협상 위기...인프라 투자 등 협력 기회도

[글 싣는 순서 : 트럼프시대]
① ‘일자리창출’ 우선  
② 글로벌 통화전쟁 발발하나
③ '미국우선주의'...한국 수출 경고등?
④물불안가리는 협상가 등장
⑤ 정치 불확실시대 개막
⑥트럼프 100일계획 들여다보니
⑦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내각
⑧트럼프식 대북 레드라인
⑨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하나 
⑩ 대북 선제타격 할까

 

[뉴스웍스=이재천기자] 오는 20일(이하 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해 미국우선주의(America First) 노선을 노골화할 경우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기업에는 상당한 위협요인이 될 전망이다.

보호무역과 신고립주의로 무장한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취임하면 '관세폭탄‘ 위협이 더 커지는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또는 재협상 가능성이 가시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수출이 2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무역장벽이 더 높아질 경우 경제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LG전자·현대차 등 미국 투자 발표로 ‘트럼프코드 맞추기’

트럼프 당선인은 유세 과정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경우 엄청난 관세를 물리겠다”는 엄포를 당선 이후 현실화하고 있다. 그는 유세 때부터 멕시코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무관세 제품에 대해 35%의 관세를 매기는 한편 중국 상품에도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올들어 본격화한 트럼프 당선자의 ‘관세 압박’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활용해 멕시코에서 물건을 만들고 미국시장에서 판매하는 다국적기업들에게 주는 '강력한 시그널'로 해석됐다. 이에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은 미국 기업은 물론 일본 도요타, 중국 알리바바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세금폭탄’ 위협을 피하기 위해 미국 내 대규모 고용 및 투자를 약속하면서 줄줄이 ‘백기투항’하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글로벌 기업들이 트럼프의 세금 폭탄 엄포에 백기를 들자 수출 비중이 큰 한국 기업들에도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놓고 있을 수 없다"며 올 상반기 중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는 테네시주 등 한두 곳을 공장 후보지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도 미국 본토 내 가전 공장 건설을 포함한 여러 대응책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인수한 럭셔리주방가전업체 '데이코'는 자체적으로 LA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수출하는 TV 물량 대부분을 멕시코 티후아나 공장에서, 냉장고 등은 멕시코 게레타로 기지에서 제조한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NAFTA를 무력화시키고 멕시코에서 유입되는 공산품에 보복관세를 물릴 경우 직격탄을 입게 된다.

현대자동차도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움직임에 맞춰 미국에 5년간 31억달러(3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을 운영하는 기아차는 지난해 5월부터 양산에 들어가 올해 25만대를 생산할 예정인데 트럼프가 관세폭탄을 매길 경우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지난 17일 5년간 미국 투자계획을 밝히면서 이는 현대차가 지난 5년간 현지에 투입한 액수(21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액수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해 수요가 많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이나 제네시스를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정 사장은 덧붙였다. 다만 새 공장 건설과 관련해서는 건설 지역이나 생산 규모 등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철강업계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폭탄'을 던지는 과정에서 미국 무역장벽을 피해 값싼 중국산 제품이 동남아 같은 우리 수출 시장이나 국내로 밀려들 경우 부담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FTA 협정 폐기? 가능성은 낮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가간 합의로 맺은 협상이 일방적으로 폐기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미 FTA도 통째로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출범 이후 기존 통상구도의 어느 정도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 의뢰로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가 진행한 연구결과 트럼프 당선으로 한미 FTA 양허정지가 될 경우 향후 5년 동안 우리의 수출손실이 자동차 133억 달러, ICT(정보통신) 30억 달러 등을 포함, 269억달러(약 3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최 교수는 “그동안 우리에게 유리했던 산업, 특히 자동차나 ICT 등의 부문에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재협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산업연구원은 "한미 FTA 완전 철폐와 한국산 수출에 대한 관세 부과로 회귀하기보다는 기존 양허안의 관세 철폐 기한을 연장하거나 법률서비스처럼 미국의 시각에서 우리의 이행이 불충분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대한 개방 확대를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따라 우리 정부는 한미 FTA가 미국에도 상당한 혜택을 제공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트럼프 당선인이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점은 건설 기계 분야의 수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트럼프가 해외 의약품 수입 개방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의약품 수출기업에도 새 기회가 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점차 증가할 통상 마찰에 대응하려면 정부 차원에서 무역 분쟁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규제 예상 품목을 별도로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마찰로 인해 국내 수출 품목 브랜드 가치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업 차원에서도 자체적인 리스크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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