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1.18 16:12
[글 싣는 순서 : 트럼프시대]
① ‘일자리창출’ 우선  
② 글로벌 통화전쟁 발발하나
③ '미국우선주의'...한국 수출 경고등?
④물불안가리는 협상가 등장
⑤ 정치 불확실시대 개막
⑥트럼프 100일계획 들여다보니
⑦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내각
⑧트럼프식 대북 레드라인
⑨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하나 
⑩ 대북 선제타격 할까

 

[뉴스웍스=김벼리기자] 부동산 사업가이자 억만장자 도널드 트럼프가 오는 20일 미국 제45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물불 안 가리는’ 협상가의 백악관 입성에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강경하고 여유롭게…‘협상가’ 트럼프의 기술

트럼프는 다른 어떤 가치보다 미국의 국익이 중요하며, 이를 확대하는 것이야말로 대통령의 최우선 목표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가 지속적으로 저서 및 연설 등을 통해 '협상가'로서의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해온 배경이다.

이를 두고 트럼프가 과거 부동산업에 종사했던 개인적인 경험을 국가적 차원으로 확대 적용하려는 생각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는 각종 부동산 개발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아왔다. 그 과정에서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여러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 등을 터득했다. 오랜 협상의 세월 중에 그는 뛰어난 협상가로 성장한 것이다. '거래의 기술'이라는 그의 책은 전 세계적으로 많이 팔렸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강조하는 협상의 기술은 무엇일까.

우선 강경해야 한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선 비난이나 싸움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선거 전후로 앞뒤 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강경하게 쏟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미등록 이주자 200만명 추방,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 오바마케어 폐지, 한미 FTA 재협상 등 그의 공약만 봐도 반응에 신경쓰지 않고 강경하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이 드러난다. 지난 11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한 ‘CNN’ 기자와 벌인 설전 또한 트럼프의 면모를 드러낸다.

또한 상대방의 약점을 잡은 뒤 상대편이 먼저 내용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절대로 먼저 자신의 패를 내놓지 않는다. 상대방의 약점을 공격해 불안하게 만들고 결국 그쪽에서 먼저 패를 보여주도록 유도한다.

이밖에도 목표를 높게 세우고 이를 달성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기, 비언어적 표현 중시, 높은 조건을 제시해 이득 얻기, 솔직히 말하기 등이 트럼프가 주로 쓰는 협상 전략이다.

◆ 외교, 경제 등에서 드러나는 ‘협상기술’

이런 ‘협상가’로서의 기질은 이미 취임 전부터 여러 분야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외교관계다.

트럼프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하며 '하나의 중국(원 차이나)'을 건드리고,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 시킬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상대방의 약점을 협상카드로 잡고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브렉시트는 결국엔 (영국에) 대단한 것이 될 것”이라며 유럽연합(EU)을, “메르켈은 어디 출신인지도 모르는 불법 이민자들을 독일로 받아들이는 재앙과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며 독일에 칼날을 겨누기도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을 온전히 감당하지 않으면서 안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한미FTA를 통해서도 미국에서 막대한 무역 흑자를 빼내가고 있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트럼프의 협상력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경제다.

트럼프의 으름장에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3대 자동차 기업은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접고 투자 목적지를 미국으로 선회했다. 일본의 도요타 또한 앞으로 5년 동안 미국 시장에 1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으며 현대기아차도 미국 시장에 31억달러를 투자하고 신규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밝혔다.

월마트와 아마존, 타코벨은 각각 10만개씩의 일자리를 미국 내에서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알리바바는 100만개의 일자리를 공언하기도 했다. 대만 정밀업체 홍하이와 그 산하의 샤프는 미국에 액정패널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고 독일 화학 및 제약업체인 바이엘은 80억달러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관련 전문가는 “기업이든 한 나라든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을 잘 파악하고 그의 협상 전략에 휘말리지 않을만한 대책을 미리 세워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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