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1.18 16:56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反중국-親러시아 노선

[글 싣는 순서 : 트럼프시대]
                                                                                                            

① ‘일자리창출’ 우선                                      ② 글로벌 통화전쟁 발발하나
③ '미국우선주의'...한국 수출 경고등?                 ④물불안가리는 협상가 등장
⑤ 정치 불확실시대 개막                                 ⑥트럼프 100일계획 들여다보니
⑦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내각                           ⑧트럼프식 대북 레드라인
⑨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하나                           ⑩ 대북 선제타격 할까

[뉴스웍스=이상호기자] 트럼프가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정치인 이미지로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만큼 기존 국제정세의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 이전 행정부가 설정해 놓은 구도에 의식적으로 변화를 줄 것이라는 전망과 큰 틀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에 대해 취한 안보 정책은 한국과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 동맹국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었다. 특히 한‧미‧일 삼각동맹을 지향했던 것은 이런 정책 기조의 실천적 성격이 강했다.

트럼프가 이런 구도에 변화를 가한다면 한국 정부 입장에선 적지 않은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차기 한국 정부의 어깨가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중국 때리기

17일 개막한 다보스포럼에서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아이러니하게도 불참한 미국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였다. 초강대국 미국의 사령관으로서 그의 행보에 따라 국제 질서가 급격한 변화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반대편에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다보스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트럼프 정책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캄캄한 방에 스스로를 가두는 것과 같다. 비와 구름을 피할 수는 있어도 빛과 공기를 잃을 수도 있다.”

비유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강력한 발언이다. 잠시 고통은 피할 수 있어도 생존의 위협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에 대한 시 주석의 불편한 심기를 잘 드러내는 발언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는 중국의 아픈 고리인 ‘하나의 중국’ 기조를 건드리고 있다. 특히 차이잉원 대만 총통에게 한걸음 다가감으로써 중국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2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정상 신분으로는 37년 만에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전화통화를 했다. 통화에서 트럼프가 ‘총통’ 호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중국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과 대만의 정상이 만날 때에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사용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 일부분”이라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하나의 중국’ 문제에 대해선 적극적인 입장 개진을 삼가왔다.

트럼프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하나의 중국’을 포함한 모든 문제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며 그동안 미국 정부의 기조에서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중국의 대응 수위다. 중국이 미국의 ‘도발’에 굴복하지 않고 미-중 간 극한 경쟁을 불사할 경우 동북아 정세의 긴장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트럼프가 유리한 구도를 선점한다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도널드 크리칠로 애리조나 주립대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외교 관련 장관들은 철저히 현실주의자들로 꾸렸다”면서 “동맹과 협력하면서도 적들과도 공통 기반을 찾고, 군사적 개입을 경계하지만 군사적 힘을 통해 평화를 유지하고, 필요하면 미국의 파워를 행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러시아 감싸기

지난 13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 조정이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가 진실로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일을 하려는 누군가가 왜 제재를 받아야 하는가”라며 대러 제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2014년 오바마 행정부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문제 삼고 광범위한 무역 금지 조처를 포함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로 인해 크림 반도에 대한 미국의 정치‧경제적 제재가 이어져 왔는데 트럼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재설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트럼프는 외교안보 라인에서도 친 러시아 기조를 드러낸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국무장관, 국방장관에 강경파와 친 러시아 인사들을 내정한 것이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클 플린 전 국방정보국 국장은 중동에서 매파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역시 군사개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장관으로 내정된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전 최고경영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17년간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러시아를 이용해 중동의 IS 문제를 해결하고, 부수적으로 지금보다 중‧러의 거리가 멀어지게 만드는 식의 중국 견제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실리를 원하는 트럼프가 취할 수 있는 하나의 시나리오다.

다만 이것은 트럼프가 원하는 대가가 미리 손에 쥐어졌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크림반도로부터 촉발된 대 러시아 제재 철회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이 철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크림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사실상 인정하게 되면 대러시아 동맹이 약해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또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전통적인 중동 동맹과 관계가 훼손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미국 차기 행정부의 대외정책 실무 라인에선 친러시아 기류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회 인준이 필요 없는 대외정책 실무 라인에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캐슬린 맥팔랜드 국가안보보장회의 부보좌관 등 반 러시아 세력이 채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내정자도 반러 성향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방식으로든 트럼프 행정부가 미‧중, 미‧러 관계 조정이라는 카드를 통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차기 정부도 트럼프의 변칙적인 행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외교 사안은 국익 최우선’이라는 대명제 아래 등장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테이블에 올려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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