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1.19 14:14

“이미 많이 내고 있다”...정부, 대응책 마련 부심

[글 싣는 순서 : 트럼프시대]
① ‘일자리창출’ 우선  
② 글로벌 통화전쟁 발발하나
③ '미국우선주의'...한국 수출 경고등?
④물불안가리는 협상가 등장
⑤ 정치 불확실시대 개막
⑥트럼프 100일계획 들여다보니
⑦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내각
⑧트럼프식 대북 레드라인
⑨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하나 
⑩ 대북 선제타격 할까

 

훈련 중인 경기도 동두천시의 미2사단 캠프 케이시(Casey) 주한미군 장병들 <사진제공=국방부>

[뉴스웍스=김동우기자]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 유세기간 동안 줄곧 강조했던 것이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 독일, 나토(NATO) 등을 겨냥해 “그들은 미국을 상대로 돈을 많이 벌면서 방위비는 아주 적은 액수만 내고 있다”고 말하며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왔다.

‘트럼프 1기’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제임스 매티스 역시 “동맹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에 모른 척할 수 없다”며 한국의 분담금 증액을 거론했다. 따라서 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게 되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라는 압박을 해올 가능성이 크다.

◆ “이미 많이 내고 있다”...정부, 대응책 마련 부심

정부와 국방부는 트럼프의 요구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협상에서 다양한 근거자료를 통해 이미 한국이 지불하고 있는 비용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한국은 2014년 ‘9차 방위비분담협상’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50% 수준인 연 9300억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측에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처음 부담한 지난 1991년 1073억원보다 9배 가까이 늘어난 액수다. 만약 트럼프가 분담금 100%를 요구한다면 분담금은 연 2조원 가량으로 늘어나게 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한국·일본·독일의 방위비 분담금 비교’ 용역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방위비 분담금 절대 액수는 일본이 우리보다 5배 많다. 그러나 GDP 대비 규모는 한국이 0.068%, 일본이 0.074%로 비슷한 수준이다. 

독일은 3분의 2 수준이며 GDP 대비 규모도 0.016%로 훨씬 낮다. 또 한국은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부지와 기반시설 관련비용을 모두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한미군이 사용 중인 한국의 영토는 여의도 면적의 약 200배에 달한다.

이밖에도 정부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무기를 수입하고 있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를 설득하는 근거자료로 제시할 계획이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0년간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무기는 36조360억원어치에 달한다.

◆ 기로에 선 대한민국

만약 한국의 이런 설명에도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한미관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의 성향상 그가 유세 과정에서 말했던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또 사드(THAAD) 배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한미간 풀어야 할 쟁점 사안에 대해 각론으로 돌입하는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

최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칼럼에서 문재인이나 이재명 등 진보인사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간단히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지난 3일 국회 토론회에서 “다 들어주다가는 다 빼앗길 수 있다”며 “당당하게 우리 입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은 한국의 안보‧외교 문제의 중대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트럼프의 구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고 그의 발언에 일관성도 부족한 만큼 정부로썬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방위비 전반에 대해 구체적으로 보고를 받은 것은 아니다”며 “실제 취임해 사정을 알게 되면 분담금 100%와 같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것은 미국의 선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며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을 견제하고 전장을 미국 본토에서 최대한 이격시킨다는 분명하고도 확실한 이유가 있는 만큼 미국측에서 과도한 요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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