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1.20 09:00
<사진출처=SBS>

[뉴스웍스=김벼리기자] 2017학년도 대입 전형이 차츰 막을 내리고 있다. 내달 2일 정시모집 마감을 앞두고 대학교들이 연이어 결과발표를 내놓고 있다.

합격 통지를 받은 이들은 환호와 함께 새내기로서의 다짐을 세우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좌절과 내일에의 희망이 뒤엉킨 채 내년 입시를 기약할 것이다. 이 같은 온도차는 합·불이 나뉘는 모든 시험에서 마찬가지겠지만, 그럼에도 특히 최근 들어 대입 전형에서는 다른 차원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 ‘정성평가’ 수시의 그늘…입시부정

현재 한국의 대입제도는 크게 정시와 수시로 나뉜다. 둘의 차이는 간단히 말해 전자는 수능 결과 하나로만 담판을 내는 반면, 후자는 학생부, 학교생활, 면접, 논술 등 여러 요소들을 입시의 기준으로 삼는다는 데 있다.

이중 수시가 뜨거운 감자다.

우선 최근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사건으로 수시 제도의 어두운 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영향이 크다.

물론 이를 수시 전체의 문제로 치부할 순 없다. 수시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다양한 평가지표 고려해 인재상 다변화 ▲암기식, 일회적 시험의 한계점 개선 ▲천편일률적인 교육체계 개선 등의 근거가 있다. 근거 자체는 모두 합리적이다.

그러나 수능성적이라는 객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하는 정시와 달리 ‘학생부종합전형’ 등 정성적인 요소를 강조하는 수시의 특성상 상대적으로 입시부정이 빈번히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그런 의혹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수시에서의 부정입학 사건은 이번 정유라 사태가 아니더라도 빈번히 발생해왔다. 일례로 지난 2016년 광주 수피아여고에서는 교장 주도하에 학생들의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명문대 진학생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이 과정에서 수학 내신성적 1등급을 받은 학생과 2등급을 받은 학생의 등급이 뒤바뀌기도 했다.

지난해 수능을 치른 김모 군는 “내신과 함께 각종 교내외 활동 등 비교과까지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수상실적 등이 중요한데 우리 학교의 경우 전교권 성적의 학생, 학부모의 파워 등이 여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며 “뿐만 아니라 담임의 성향, 교사의 질, 반 분위기 등 수시야말로 우연한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절대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군은 내년도 수능을 바라보며 재수를 준비하고 있다. 

김 군의 지적대로 일각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 이 부모가 경기장 안에 들어와 선수 플레이를 하는 ‘학부모종합전형'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 늘어나는 수시 비중…10명 중 3명만이 정시생

수시의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는 경향 또한 문제다.

올해 전국 4년제 대학의 입시에서 수시모집 비율은 전체의 70.5%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0명 중 7명을 수시로 뽑는 셈이다. 또한 이번 대입에서 전체 모집인원은 지난 학년도보다 2만여명 줄었음에도 수시모집 인원은 오히려 6000여명 증가했다.

특히 오는 2018학년도 대입전형에서는 수시 모집 비율이 올해보다 3%포인트가량 많아진 73.7%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같이 수시 비중을 늘리면 자연스레 정시의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명 중 7명을 수시로 뽑는 상황은 곧 반대로 정시로 뽑는 인원이 단 3명이 전부라는 것과 같다.

이처럼 별다른 대책 없이 높아지는 수시 비중에 따라 상대적으로 정시에 ‘올인’하는 학생들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이들은 ‘피 튀기는’ 경쟁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 심화하는 논쟁…정시·수시 편가르기 격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입시 준비생들 및 일부 대학생 사이에서는 ‘정시’, ‘수시’ 편가르기 등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

논쟁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자신이 지향하는 제도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수시, 혹은 정시의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한 입시 관련 커뮤니티를 보면 정시를 옹호하는 쪽은 “우리나라는 대학이 서열화되어 있는 건 명백한 사실”이라며 “서열화되어 있다면 성적도 서열화된 것으로 선발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냐”고 물으며 정시와 수시를 최소한 1:1의 비율로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어떤 네티즌은 정시를 종교에 빗대 “수능은 마치 백성들에게 성경과도 같아서 대학교 입시 당국이 개입할 여지도 없고 고등학교 교사들이 그 학생의 역량을 해석하고 판단해줄 필요도 없다. 그저 평가원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묵묵히 공부해나가면 된다”며 정시의 가치를 피력하기도 했다.

반면 수시를 옹호하는 네티즌의 경우 “대학은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뽑고 싶어할 것이고 그걸 뽑는 데에는 사실 수시가 더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현재의 수시 비중이 적당하다고 주장하거나 “정유라랑 장시호는 수시긴 해도 특수한 전형으로 들어간 것이다. 일반적인 학종과는 다르다”며 “학종은 여러 입사관이 단계별로 서류를 보는데 공정하다”고 정유라 사건과 선긋기를 했다.

문제는 두 번째 논쟁 유형이다. 정시생이 수시생을 헐뜯고 비난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수시는 요행이며 수시생은 본인의 실력보다 좋은 학교에 ‘쉽게’ 들어간다는 인식으로 인한 분노, 늘어난 수시 비율 때문에 정시가 불리해졌다는 피해의식 등이 발현한 것으로 보인다.

몇몇 사례를 살펴보면 “수시 : 와 내가 이 학교에 오다니! 정시 : 아... 내가 이 학교에 오다니...” 정도는 양반이고 “수시충(‘수시+벌레’의 의미로 수시생 비하 발헌)새끼들 다 조져야댐”, “스카이는 정시랑 수시 머리 차이 너무 많이 나서 이상하지 않냐?”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일부 네티즌은 수시생들의 특징을 나열하기도 했는데 그 내용에는 ‘교수 만만한가의 여부 따라 행동패턴 달라짐’, ‘나대는 거 정말 좋아함’ ‘출튀, 공부 안 하는 거에 자부심 가지고 신나게 자랑함’ 등 편견과 선입견이 가득했다.

관련 전문가는 “정시, 수시 모두 나름의 존재근거는 충분하다”며 “개인적으로는 잘 짜인 수시제도가 정시보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현행 수시 제도에는 여러 부작용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 상태로 수시 비율을 무작정 늘리기만 한다면 교육계는 큰 혼란만 쌓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시생과 수시생의 반목이 강화하고 정시 카르텔이 형성, 파벌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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