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1.23 15:07

멕시코 공장 운영 기업들 피해 눈덩이 불가피

지난해 9월 1조원을 투자, 연간 40만대 생산 규모의 기아차 멕시코공장 전경. <사진제공=기아차>

[뉴스웍스=한동수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이후 멕시코에 진출해있는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우선주의를 국정기조로 삼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캐나다-멕시코’간 맺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폐기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나프타를 폐기할 경우 멕시코산 제품에 최고 3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미 멕시코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기아자동차 포스코 현대제철 한화첨단소재 SKC 등 국내 주요기업들은 초비상 상황이다. 당장 관세를 피해 공장을 이전하거나 수출 지역 다변화를 꾀해야 하지만 단시간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가동 4개월만에 날벼락 맞은 기아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취임 첫날 나프타 재협상을 선언했다. 향후 200일내 탈퇴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9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 1조원을 투자, 연 40만대규모의 완성차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기아차는 미국과 중남미지역 생산기지로 이 공장을 건설하고 연 32만대 규모를 미국 시장에 수출할 계획이었다. 이 같은 계획은 나프타가 정상적으로 가동한다는 전제아래 추진된 것이다. 만약 올 하반기 미국이 나프타 탈퇴를 선언하고 관세를 부과할 경우, 멕시코산 자동차의 가격경쟁력은 현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아차는 멕시코공장 완공이전 미국현지에 조지아 공장을 운영 중이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기아차는 총 62만6000대. 이 가운데 조지아 공장 생산량은 26만대에 불과했고 나머지 34만6000대는 국내에서 생산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으로 멕시코 공장 생산차량이 국내산 제품보다 가격이 비싸질 경우 멕시코 공장은 생산라인을 축소하는 것이외에 마땅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기아차는 현재 완공 1년도 안된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은 검토조차 할 수 없어, 만약 미국의 나프타 탈퇴가 결정될 경우 적지않은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美나프타 탈퇴 확정시, 철강업체 피해도 눈덩이

기아차와 함께 그룹 계열인 현대제철도 멕시코에 동반진출했다. 기아차에 들어가는 철강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였다. 현대제철은 멕시코 동북부 몬테레이시티에 530억원을 투자해 해외스틸서비스센터를 지난해 3월 완공했다.

그러나 기아차 생산량이 감소할 경우 현대제철의 냉연강판 공급에도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앞서 멕시코에 진출한 포스코는 56만톤 규모의 자동차 강판 생산시설을 갖추고 현지 공장을 둔 글로벌 완성차 기업에 강판을 납품 중이다. 포스코 멕시코공장은 현지 공장을 운영 중인 폭스바겐, 크라이슬러, GM, 르노닛산 등에 납품하고 있다. 이 고객사들이 줄줄이 생산량을 줄이거나 공장을 이전할 경우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멕시코 진출 화학업체들도 ‘전전긍긍’

한화첨단소재는 지난해 3월 멕시코 몬테레이시에 공장을 건설, 5월부터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을 비롯 현지 GM·포드·도요타·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경량화 부품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이 멕시코 공장에서는 GMT(열가소성 강화플라스틱), LWRT(저중량 열가소성 플라스틱), EPP(발포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한다. 이를 가공해 차량용 범퍼빔, 시트백, 천정용 헤드라이너, 언더바디 패널 등의 부품소재로 만든다.

한화첨단소재는 오는 2018년까지 약 560억원을 투자해 멕시코 공장을 추가 설비증설 함으로써 더 많은 물량을 양산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같은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SKC 역시 같은 지역에 일본 미쓰이화학과 합작 설립한 폴리우레탄 전문기업 ‘MCNS’를 통해 지난해 5월 폴리우레탄 시스템하우스를 준공했다.

이 공장은 연산 2만톤 규모의 폴리우레탄 시스템 생산능력을 갖췄으며 이는 자동차 내장재와 냉장고 및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용 단열재, 건축자재 등에 사용된다.

멕시코에 진출한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 미국의 나프타 탈퇴를 감안해 발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그러나 수출전략 재수정과 생산량 감축이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나프타 탈퇴 선언은 미국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기지 신규건설을 막기위한 엄포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며 “당장 관세를 올릴 경우 미국 저가 제품 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대응책을 수립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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