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최안나기자
  • 입력 2017.01.25 16:25

한국은행 보고서 "GDP 성장률보다 일자리 탐색기간에 더 큰 영향"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코스닥상장법인 취업박람회에 방문한 청년들이 각 구인 법인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DB>

[뉴스웍스=최안나기자]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대학생의 취업 준비기간을 늘리고 결국 청년 취업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성엽 한국은행 산업고용팀 과장은 25일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대학생의 취업 관련 행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노동시장 양극화가 대학생들의 취업확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과장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 직업이동 경로조사' 자료를 활용해 2004∼2013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및 노동시장 양극화가 청년층 고용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노동시장 양극화란 단순노동 종사자에 비해 기술 등이 필요한 복잡노동 종사자의 임금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 차이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를 말한다.

대학 졸업자 11만5000여명을 살펴본 결과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할수록 대학 재학 기간이 늘어나고 대학원 진학, 다른 학교 편입 등 재진학 확률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높은 임금을 주는 일자리에 취업하기 위해 졸업을 늦추고, 스펙을 쌓거나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전공을 바꾸는 등 준비기간을 거치기 때문에 취업하기까지 시간이 더 걸린다는 얘기다.

노동시장 양극화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 것보다 더 큰 문제라고 보고서는 판단했다.

경제성장률이 4%에서 3%로 낮아졌을 때 졸업 전 남성은 0.10학기, 여성은 0.13학기 각각 더 다니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데 경제성장률이 3.5%로 유지된 채 노동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졌을 때는 남성은 0.55학기, 여성은 0.61학기 각각 더 다니는 것으로 추정됐다.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각할 때 청년층이 직업 선택에 신중해지다보니 대졸자들의 취업 탐색 기간을 5~6배가량 더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정 과장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청년취업 확대와 일자리 탐색기간 축소 등 청년고용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실업 정책은 일자리의 양적 확충뿐 아니라 노동시장 간 이동이 유연해질 수 있도록 직업별·직종별 차별 개선과 각종 규제 정비 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대학 졸업 후 취업할 확률이 높은 전공은 의약학·이공계가 꼽혔다. 교육학 전공자를 기준으로 했을 때 의약학, 공학 전공자가 취업한 확률이 더 높았다. 이에 비해 인문 사회과학 예체능 전공자의 취업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로는 남성, 학교별로는 2년제보다 4년제, 지역별로는 지방보단 서울이 각각 취업 확률이 더 높았다.

부모의 임금 수준도 취업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소득이 월 200만~400만원인 경우를 기준으로 월 400만~500만원이거나 500만원 초과하는 부모일수록 취업확률이 높아진반면 부모 소득이 월 200만원 이하인 경우 취업률이 떨어졌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