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1.26 16:10

[뉴스웍스=이상호기자] 계란 유통업계의 수집판매상이 AI(조류인플루엔자)사태 와중에 매점매석으로 이익을 취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요지는 이렇다. 

AI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중간유통을 담당하는 수집판매상이 계란 공급량 감소를 빌미로 물량 조절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계란 가격 급등 과정에서 과도한 유통마진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계란과 계란가공품 수출에 나서는 등 물가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을 취하자 가격 상승이 둔화됐고 얼마 전부터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이 다시 1만원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시중 도소매점에 계란이 쌓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수집판매상들이 미리 쟁여놓았던 물량을 풀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비싼 값에 계란을 풀 수 있는 기회를 엿봤다는 것이다.

이번 AI 사태로 인해 계란 가격이 상승하며 이득을 본 것은 수집판매상 뿐이다. 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AI가 발생한 지난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는 산지 계란 가격과 소비자가격의 변화가 적었지만 12월 중순으로 접어들며 유독 소비자가격만 올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기준으로 산지 계란 가격은 12월초 1367원에서 12월 중순 1473원으로 7.7% 올랐다. 한데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은 1942원에서 2202원으로 13.4%나 급등했다. 이 만큼의 차액이 수집판매상 주머니로 들어갔을 것으로 볼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소 양계농장으로 구성된 대한양계협회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문제를 지적했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계란 가격 상승에도 정작 생산자 농민들은 별로 이득을 챙기는 게 없고 중간 상인들이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최근 AI사태에서 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이런 지적은 있었다. 설이나 추석 등 계란 수요가 늘어나는 때에는 유통 시점을 늦추는 방법으로 공급을 조절해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2차에 걸쳐 ‘계란 위생과 사재기 유통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한 결과 ‘사재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계란 가격 상승은 계란 유통업체나 대형마트 등 판매업체보다 생산자(양계농장)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난 17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가 정말 몰랐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행으로 자리잡은 계란 사재기 현상을 정부가 묵인해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계란유통 문제점과 대책을 담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정부가 사재기 관행을 알았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해 6월 작성된 보고서에는 대형 수집판매상이 판매수익을 위해 자체 냉장시설을 확보하고 시중 수요에 맞춰 출하를 조절한다고 씌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계란 유통기한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국산 계란의 경우 포장 이후 30일을 유통기한으로 권장하고 있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계란이 신선한 건지 포장이 신선한 건지 알 길이 없다. 신선식품인 계란의 유통기한이 불불명한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다.

국정이 혼란한 틈을 타 생활과 밀접한 계란을 매점매석해 가격을 올리면 체감물가 상승은 이를 맨살로 느끼는 국민들만의 몫이다. 경기 불황까지 겹쳐 온 국민이 어려운 와중에 자신만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수집판매상들이 물량 조절에 나선 데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이유다.

굳이 매점매석 행위의 금지와 처벌을 명시한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들이대지 않더라도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 이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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