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
  • 입력 2017.01.26 16:16

이제 서로 축복(祝福)의 언어를 건넬 때다. 음력으로 정유년(丁酉年) 새 해가 닥치기 때문이다. 이 맘 때면 사람들은 묵은 것을 보내고 새 것을 맞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채비에 바쁘다. 그러면서 빼놓지 못하는 것이 바로 친지에게 건네는 축복의 언사(言辭)다.

축복의 한자 가운데 첫 글자 祝(축)과 둘째 글자 福(복)에는 공통적으로 示(시)라는 부수가 들어있다. ‘보이다’ ‘드러내다’의 새김으로 쓰는 글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원래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메시지의 뜻이 강했다. 따라서 주술(呪術)의 요소가 강하다.

이 부수가 들어있는 글자들은 대개 그런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다. 祝(축)이라는 글자의 풀이에는 여럿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보면 하늘에서 내리는 계시(啓示)가 있고 그를 담는 제기(祭器)인 口(구), 그 밑에 엎드린 사람의 모습이 등장한다.

따라서 이 글자의 초기 꼴은 하늘의 계시를 일정한 용기로 받드는 사람, 또는 그런 일을 주재하는 인물, 나아가 하늘의 메시지를 바라거나 집행하는 행위 등의 새김이다. 그로써 무엇인가를 희망하며 바라는 행위 등의 뜻으로 발전해 자리를 잡았다.

福(복)이라는 글자도 같은 맥락이다. 하늘의 계시를 가리키는 示(시)가 등장하고 제사 등에서 사용하는 술잔 모습의 畐(복)이 합쳐졌다. 따라서 이 글자의 초기 새김은 술잔을 바쳐서 하늘의 계시를 받아드는 주술적인 행위였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그런 행위로써 얻어 들이는 행복이나 즐거움 등의 새김, 즉 지금의 복(福)이라는 뜻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 글자로부터 나오는 갈래는 많은 편이다. 우선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축원(祝願)은 당초 주술적인 행위로 무엇인가를 갈구하는 일이다. 그러나 나중에는 남의 행복을 대신 빌어주는 행동이라는 뜻으로 자리를 잡았다. 상대의 행복과 안녕, 다복(多福)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축복과 같은 흐름이다.

경축(慶祝)은 경사스러운 일을 기려주는 행동이다. 축하(祝賀)라는 말도 쓰임이 아주 많다. 역시 신(神)을 비롯한 초월적 세계의 존재에게 사람의 행복, 발복(發福) 등을 기원하는 일이다. 뒤의 賀(하) 역시 祝(축)처럼 무엇인가를 기원하는 뜻의 글자다.

그런 기구와 희구의 자리, 특히 의례(儀禮) 등을 직접 지칭할 때는 축전(祝典)이라는 말을 쓴다. 제전(祭典)과 같은 맥락이지만, 기구하며 갈구하는 의미가 더 강하다. 축제(祝祭)로 쓰기도 한다. 그런 자리에서 사용하는 말이 바로 축사(祝辭)다. 기원하며 희구하는 말이다. 좋은 일 벌어졌을 때 이 축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늘 관심이다.

축하의 말씀을 정중하게 건네는 경우는 송축(頌祝)이라고 적는다. 더 경건한 뜻을 보탠다면 봉축(奉祝)이다. 종교적인 의례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부처님 오신 날의 의식을 지칭할 때 보통 이 말을 자주 사용한다.

다 새 해 닥치는 무렵에 자주 쓰는 말들이다. 결국은 사람의 관심이 가장 진하게 모이는 복(福)을 빌어주는 행동이다. 최근에 인상적인 말을 들었다. 복을 빌어주는 축복의 언어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복을 짓도록 권유하는 말도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렇다. 다가오는 정유년 새 해에는 우리 서로 복을 많이 짓자고 권유하자. 복을 받는 일보다 어쩌면 남을 위해 복을 짓는 행위가 훨씬 더 숭고하다. 남을 이롭게 하는 이타(利他)의 행위가 점에서 면으로, 면에서 다시 우리사회 전체의 틀로 퍼졌으면 싶다. 올 한 해 복 많이 지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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