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7.01.29 09:00

인공지능(AI) 앞에서 인간이 잇따라 무릎을 꿇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뒤흔들었던 ‘알파고’는 최근 업그레이드 버전 ‘마스터’로 돌아와 바둑 최강자들에게 60연승을 거두고 있으며, 작년 말 EBS 장학퀴즈에서 AI ‘엑소브레인’은 인간 고수들을 가볍게 물리쳤다.

이와 맞물려 AI가 인간을 대체하고 더 나아가 뛰어넘는 지점에 대한 우려 혹은 기대가 현실적인 무게를 얻고 있다. 그 시점 및 가능성을 둘러싸고는 갑록을박이 벌어지고 있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최후의 역량은 바로 ‘창작’이라는 점이다.

관련 업체·연구기관에서는 AI에게 창작력을 불어넣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AI가 인간 수준의 창작을 펼치기에는 갈 길이 멀다.

◆영상제작…“AI가 미디어 제작하는 날 머지않아”

우선 영상제작을 AI에 맡기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해 8월 미국 IBM의 AI '왓슨'은 20세기폭스사의 영화 '모건'(Morgan)의 예고편을 직접 제작했다. 세계 최초의 AI 제작 영화 예고편이다.

IBM은 왓슨에게 100여편의 공포영화 예고편을 학습시켰다. 이를 토대로 왓슨은 영화 '모건'에서 가장 긴장감을 자아낼 수 있는 10여개 장면을 선택, 이어붙여 예고편을 만들었다. 불과 24시간 만이다.

비록 아직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재창작을 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앞으로 AI가 영상 제작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영수 선임연구원과 정원식·허남호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AI를 활용한 미디어 제작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AI가 유명 작가들의 극본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찾게 될 것"이라며 "우선은 극본이 필요 없는 다큐멘터리 등이 AI에 적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앞으로 AI가 복잡하고 어려운 미디어 제작 분야에서도 유용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사람과 유사하거나 더 나은 미디어를 만드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곡…“작곡 향상” VS “영혼없는 음악 양산”

음악 산업에서도 AI의 역할이 떠오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신인발굴, 작곡 등에 AI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미 AI가 작곡한 노래들은 여럿 공개됐다. 대표적인 것이 ‘마젠타 프로젝트’다. 구글의 예술 창작 AI 개발 사업으로 이미 80초 분량의 피아노곡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영국 스타트업 주크덱(Jukedeck)도 AI를 사용해 50만곡의 오리지널 음악을 만들었다. 사용료를 지불하기보다 새롭고 신선한 곡을 원하는 회사와 비디오 제작자를 겨냥했다.

자신이 개발한 AI의 노래 1000곡으로 인세를 받고 있는 데이빗 코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대학 명예교수는 “전미 히트곡 순위에서 AI가 만든 곡이 지금은 2~3%, 20년 후에는 80%가 될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음악 산업에서 AI의 입지가 커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두고 긍정적인 반응과 부정적인 반응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에드 렉스(Ed Rex) 주크덱 공동설립자는 “AI가 인간 작곡가를 죽이지 않을 것”이라면서 “더 많은 음악가가 AI 알고리즘을 사용해 작곡 작업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전문가는 “인간의 창의성을 요구하는 예술 창작 영역까지 진출하면 인간 창작자가 설 자리를 잃고 영혼 없는 음악을 듣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설…“쓰긴 쓰지만 불완전”

“나는 처음으로 경험한 즐거움에 몸부림치면서 몰두해 글을 써나갔다.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컴퓨터는 스스로의 즐거움을 우선 추구하느라 인간이 맡긴 일을 멈췄다.”

지난해 일본 하코다테미라이대학의 프로젝트팀이 개발한 AI가 쓴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의 일부다.

이 소설은 제3회 ‘호시신이치상’ 일반부문 1차 심사를 통과하는 쾌거를 거뒀다. 비록 최종당선되진 못했고 추후 프로젝트팀이 ‘엄밀히 말해 AI가 쓴 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해명을 하기도 했으나 어쨌든 1450편의 소설과 대결해 1차 심사를 통과한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한 지난 15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더버지’에 따르면 AI가 쓴 연애소설을 구글이 일부 공개했다.

지난 1월 구글은 신경망(Neural Network) 모델을 이용해 AI에게 1만2000권의 책을 읽히고 학습시켰다. 대부분은 연애소설이었는데 연애소설의 서사구조가 단순하면서도 다양한 단어를 이용해 참신한 표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팀의 판단 때문이었다.

구글 연구팀은 "이 같은 방법으로 AI를 학습시켰지만 여전히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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