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1.31 15:34
<사진제공=SBS 영상 캡쳐>

[뉴스웍스=김동우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유재경 주 미얀마 대사가 최순실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철 특검보는 31일 오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유 대사가 최씨를 여러 차례 만났고 최씨의 추천으로 대사가 됐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특검보는 “혐의 자체가 최순실의 알선수재 혐의라서 유 대사가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누가 날 추천했는지 모른다”며 “만약 누군가 이권을 위한 저의를 가지고 저를 추천해 대사 자리에 앉혔다면 사람을 잘못 본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국 수사과정에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유 대사가 주 미얀마 대사로 임명되는 과정에 최씨가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유 대사는 지난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씨와의 친분을 부인했지만 특검은 유 대사가 최씨와 2~3차례 만난 사실을 밝혀냈다.

유 대사는 장충고와 고려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1985년 삼성전기에 입사했다. 이어 상파울루사무소장, 유럽판매법인장, 글로벌마케팅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30여년간 삼성전기에서만 근무한 정통 ‘삼성맨’이다.

삼성 관계자에 따르면 유 대사는 해외 주재기간이 길어 글로벌 역량이 뛰어나고 3~4개의 외국어를 할 정도로 외국어 실력이 유창한 편이라고 한다. 임원이 된 후에도 후배 직원들과 소통에 활발해 직원들 사이에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았다.

글로벌마케팅실장 시절에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현장 경험을 담아 응원 메일을 매주 보냈으며 2015년 말에는 이를 모아 <나는 지구 100바퀴를 돌며 영업을 배웠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2014년 말 글로벌마케팅실장에서 물러난 유 대사는 삼성전기의 비상근 자문역으로 있다가 지난해 5월 주 미얀마 대사로 임명됐다. 당시 후보자로 아시아권을 담당했던 국장급 외교관이 거론됐지만 청와대 결정에 따라 유 대사로 전격 바뀌었다.

최씨가 미얀마 대사 인사에까지 개입한 것은 이권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특검의 주장이다. 

특검에 따르면 6500만달러(약 760억원)의 예산이 책정된 공적개발원조사업(ODA)의 하나인 미얀마 ‘K타운 프로젝트’ 대행사 선정을 도와주는 대가로 최씨가 특정 업체 지분을 넘겨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대기업 임원 출신이 대사로 임명된 데 대해 외교가에서는 유 대사가 오랜 해외 근무로 신시장개척 분야의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어 미얀마와의 경제협력을 염두에 둔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결국 유 대사가 최씨와의 친분을 인정함으로써 외교라인에서까지 ‘비선실세’의 영향력이 미쳤던 사실이 밝혀진 셈이다.

특검은 유 대사를 상대로 최 씨가 미얀마 원조사업 이권에 개입한 의혹 등을 수사한 뒤 곧바로 최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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